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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출판 이야기 (3) - 진인사 대천명으로

나의 구구절절 고군분투 세번째 책 출판기 (3)


이후로 컨택하는 출판사마다 비슷한 패턴의 사건들이 반복됐다. 원고를 처음 확인한 편집팀에서는 원고의 내용이 아주 좋다고 출간에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마케팅팀장들의 손으로 넘어가면 '마케팅 포인트를 잡기가 어렵다' 고 하면서 반려되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운영하는 출판사에 마케팅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출판사는 최소한 중간 규모 이상의 출판사라 볼 수 있었다. 중소형 출판사의 경우는 마케팅팀 같은 것조차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인터넷을 통한 '작은 마케팅'이 가능한 요즘의 경우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비운의 셋째는 (자식같은 느낌으로) 처음 원고로 완성된 후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수많은 출판사들의 반려를 거치며 그때마다 다듬어졌다.



최근 알게 되어 좋아하게 된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의 <다시 쓰고 고쳐 쓰고 끝까지 씁니다> 라는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은 그래서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정말이지 고치고 또 고치고 또 고쳤다. 그러다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바꿔끼고 또 고치고, 다른 사람의 뇌로 바꿔끼고 또 고치고...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저도 문예창작과를 나왔지만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고치고 투고하고 고치고 투고하기를 그야말로 무한반복 하던 중에 만났던 어느 중견규모 출판사의 주간(편집장을 전통적으로 주간이라 부른다. 요즘은 그나마도 잘 쓰지 않는 말 같긴 하지만)이 해준 말이다.



그리고 또 한동안은 마음을 다 비우고 내려놓고 이 원고와 관련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흘려보내기만 하던 세월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때가 되었다는 느낌에 다시 시작했다.



투고! 투고! 투고!





<마지막 시작> 책 표지 이미지



그리고 마침내 그 오랜 산고의 고통을 뚫고 원고는 주인을 만났다. 다산출판사의 김** 대표였다.



김대표님은 내게 직접 전화를 주었다.



"선생님은 앞으로 위대한 작가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산출판사는 국내 출판사들 중에서는 중견 규모 이상의 꽤 큰 출판사였다. 내가 원하던 규모의 출판사를 통한 출간이 원고가 처음 나온지 3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것이다.



출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책에 들일 수 있는 비용 관련 부분은 모두 들어간 것 같다. 양장에 4도 인쇄에, 많은 일러스트에 (모두 비용을 추가로 많이 들여서 해야 하는 작업들이다) 주요 일간지는 아니지만 지하철 메트로지와 일간스포츠 등 신문의 광고까지.



마지막시작_일러스트1.jpg <마지막 시작> 책 내용 중 삽입된 일러스트



출간 작업의 막바지에 책의 제목을 선정하는 시간이 왔다. 출판사에서는 메인 제목을 <마지막 시작> 으로 하고 부제를 <아버지가 30대 아들에게 남긴 진짜 인생> 이라고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나는 군소리 없이 오케이라고 대답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 작업 진행에 있어서는 브레이크를 걸만한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출판사의 의사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초판으로 몇 쇄를 찍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5천부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다지 길지 않은 원고의 양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양장 표지에 4도인쇄, 일러스트, 광고 등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 보통 요즘 책들은 2도 정도로 인쇄하며 (검은색 외 1색 추가로 2가지 색이 2도다. 검은색 외 RGB인가 3가지 색이 추가 되면서 올컬러가 되면 4도인쇄가 된다) 별도 작가를 섭외한 일러스트 이미지 등도 들어가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책 작업을 마칠 즈음 출판사 직원과 인터뷰도 진행했고 편집자의 후기글도 있었다 - 이런 경험 처음이야.

"원고와의 만남에서부터 책이 나오기까지" - [마지막 시작]책 만들어주신 편집자님의 글

https://blog.naver.com/kali9/100058640145

(편집 담당자가 쓴 책 출간 후기)



결과적으로 책의 흥행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2008년도에 초판으로 찍은 몇 천 부가 15년이 지난 지금도 다 소진되지 않아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 가능할 정도다.



진인사

대천명.



나도 최선을 다했고 출판사도 최선을 다했다.


책이란 것도 결국은 상품의 일종이라 많이 팔려야 하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을 가질 것이다. 특히 이 책과 같은 자기계발서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러지 못했음을 받아들이고 수긍할 수 밖에.



가끔은 출판사에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산하는 자식을 기꺼이 건강하게 받아준 산파 같은 느낌이 들지만 그렇게 태어난 자식이 기대보다는 크게 성장하지 못한 듯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나의 욕심을 마음껏 담았었다.

이 책의 출간 후 나는 그 모든 욕심을 버렸다.

이 일로 인해 다시 한 번 깨닫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욕심은 내려놓고 그저 나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노자의 표현처럼 위무위爲無爲 - 행함이 없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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