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내가 기록한 봄의 어느 날 (1)
바보가 되고 있는 것만 같아. 회사에 출근할 때에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그냥 음원 사이트가 골라 주는 음악들만 듣고. 음악을 듣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지하철에 몸만 싣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도착. 회사 도착하면, 해야 하는 일들을 쌓여 있으니까 그 일들 처리하기에 급급하지. 결국 하루가 다 가기 전까지 '생각'이라는 것을 거의 안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결심했던 것은 의도적으로라도 생각하기.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취미 만들기.
그래서 시작한 취미가 회사를 가든, 외근을 가든, 혹은 그냥 놀러 가든. 무조건 사진기와 함께하기. 세상에 시선을 주고 그냥 잡다한 생각이라도 생각해보기. 물론, 취미를 만듬으로써 행복하기까지 할 수만 있다면 일석이조겠다. 지금 이 포스트는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프로젝트 1일차의 관한 내용 정리. 하루 종일 돌아 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그냥 슥슥. 다른 사람들도 공감가는 부분들이 있다면 좋겠다.
오전 9시 50분 즈음. 회사 근처에 도착하기만 하면, 지하철 역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사람들. 주위는 한 번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그저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 빠르게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만 나아간다. 나 또한 이들 중 한 명이지만. 오늘만은, 한 걸음 떨어져서 단 몇 초 안 되는 시간만이라도 그들을 관찰해본다. 어떻게 보면, 조금은 징그럽고. (다 같은 방향으로 우르르 움직이니까 조금 느낌이 그렇더라.)
어쩌다 외근을 나갔던 곳.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의 띄었던 한 장면. 아파트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서 들어가지 못하던 할아버지. 이전에는 아무리 아파트 단지라 할 지라도 저렇게 철벽봉쇄를 해놓진 않았었는데. 자꾸 동네끼리, 이웃끼리 성벽이 쌓여지고 구별짓는 느낌. 이제는 아파트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터널을 통과하다가 빛이 들어오는 장면을 보고. 그냥 빛과 어둠이 싸우고 있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어떤 곳은 어둠의 영역이고. 어떤 곳은 빛의 영역이고. 서로를 물들이며 자신의 영역을 내주지 않으려고 발버둥하는 듯한 모습으로 나에게는 비춰졌다. 그냥 재밌는 상상에 한 컷 찰칵.
오늘은 집으로 가는 길도 평소와는 다른 길로 선택해서 걸어가 본다. 걸어가다 보니 길 중간에 턱하니 세워져 있는 닭강정 트럭. 왠지 닭강정 한 박스 사들고 집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꿀꺽. 하지만, 요즘 뱃살이 나오고 있으니 한 번 참자는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또 그냥 쓸데없는 상상. "오랜 시간 트럭 안에서 닭을 튀기고 판매하고 일하는 트럭 주인 분은 얼마나 힘들까? 그리고 얼마나 외로울까?"
항상 집 앞에 있는 교회가 보이기 시작하면, 긴장이 풀리고 마음이 놓이면서 집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할 수 있다. 그런데 교회 앞에 잡힌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꼬인 선들은 왠지 나의 생각, 마음을 표현해주는 듯해.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셔터를 눌러 본다.
그냥 별 것들 아니다. 별 생각 없이 쓸데 없는 상상을 하며 사진을 틈틈이 찍어 보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글을 써보았다. 사진을 찍다 보니 항상 별 생각 없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을 모든 풍경들도 자세히 보면 감상할 것들이,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생각도 더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저자 '박웅현'은 '더 많이 볼 수 있고,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수록 사람의 삶은 풍성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난 그말에 백번 공감한다. 이 말이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여러분들도 가끔은 너무 빨리 지나가지 말고, 주변에서 들려 오는 소리, 향기, 이미지 등을 감상하고 느끼려고 오감을 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더 많이 현재를 느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