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내가 기록한 봄의 어느 날 (2) : 가까이 있지만, 먼 것.
버스를 타고 남양주를 가야할 일이 급작스럽게 생겨서, 오랜만에 '빨간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가는 여정이 너무 길어 음악을 들어도, SNS를 해도 심심하던 찰나. 그냥 장난스럽게 버스에서 이것 저것 꼼꼼히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왜 이런 짓을 시작했는 지는 지금 생각하면 본인에게도 의문. 여튼, 나름 재미있어서 간단히 글을 써 봅니다.
운이 좋아 한 자리를 잡고 편하게 앉아서 갔지만, 실제로 서 있는 사람도 많고 후덥지근한 버스 안 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든 것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이 모든 사람들이 좀 가까운 사람들이지 않을까? 동료? 이웃? 공동체? 같은 느낌도 들고.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연관도 시켜보았습니다. 요즘 회사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 건 각각의 사람은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견 통일을 하기 힘들고 함께 일하는 건 정말로 더욱 힘든 일이구나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느끼던 나날이였기 떄문에 그랬는 지는 몰라도.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방향으로 (일터에서라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지도록 희망하지 말고, 같이 움직이는 힘은 결국 "공동의 목표"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알리바바의 마윈이 말했던 것이 훅 이해가 되면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 온건, 각각 사람들의 각양각색 옷차림, 머리 스타일, 생김새, 행동들. 어떤 사람들은 핸드폰에서 여자친구와 카톡, 비트윈을 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피곤한지 잠에 빠져버렸고. 모두 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과 연관되어 생각난 것은 바로 요즘 대세 '알파고'. 이제 기계가 사람 위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의 우려. 아니면, 효율적으로 기계를 컨트롤하여 사람은 더욱 고급화된 일을 하게 된다는 상상.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인으로서 믿고 싶은 방향은 더 좋은 사회로 나가길 바래본다. 이미 기계들의 출현 기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등장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사람들의 각양각생의 모습들과 행동들에서 나오는 추상, 상상, 그리고 창의력은 로봇이 따라오려면 아직 많은 나날들이 지나야 하지 않을까?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냥 혼자서 상상을 해본다. '뭐 기계가 사회 생활을 하면서 인간 사이에서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면 모르겠지만서도.'
다음부터 눈에 들어온 것들 그냥 세세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버스에 틀어져 있는 무한반복되는 텔레비전.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시계.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앉아서 이동하기 위해서 놓여진 푹신한 의자들. 승객들을 보호해주는 안전벨트. (나에게는 잘 자기 위해서 의자에 딱 맞게 눕기위해서 하는 벨트같은 것이지만) 햇빛을 막아주는 커튼들. 교통카드 찍는 기계. 인터넷 공유기. 백미러, 중앙미러. 에어컨. 어둠이 몰려오면, 버스 내부를 밝혀주는 전등들. 뭐 다들 항상 보고 다니는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냥 혼자서 이상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버스가 오른쪽으로가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손잡이가 서로 밀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 버스 기사님에게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면 누를 스탑 버튼들은 승객들과 버스 기사님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 되어 버려 버튼을 누르고 그냥 문 앞에 서서 문이 열리면 내리고 만다. 이와 같은 상황은 너무 차가운 것만 같다는 생각을. 스탑 버튼 소리가 그냥 '삐'가 아니라 '정차하면 일어서서 조심히 하차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사람 목소리가 나오면 어떨까? 그럼 내리는 승객은 물론 '감사합니다, 기사님!'이라는 답변은 필수겠지만. 이전에는 가끔 이런 광경을 보긴했지만. 요즘은 더더욱 보긴 힘든 듯 하다. 그냥 힘차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버스를 하차해보았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모든 분들에게 이 말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