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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May 19. 2024

BTS의 선한 가스라이팅

방탄소년단 덕분에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생일날과 기념일에 서울 모처의 카페에서 들리는 나의 목소리다. 소위 덕질판에서 행사를 주관하는 총대가 나의 역할이다. 처음부터 총대를 했던 건 아니었다. 총대들이 하는 생일카페를 방문하며 즐기는 그냥 보통의 아미였다. 덕메들과 돌아다니다 재미있겠다, 하고 싶다, 할 수 있을까, 한번 해볼까, 같이 하자의 순으로 일이 진행됐던 거 같다. 물론 카페를 운영하는 덕메가 있었고 가장 큰 조력자인 사막언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트위터(현재는 x, 그러나 트위터가 편해서 이하 트위터라 하겠습니다.)로 소통하던 방식을 벗어나 카페에서 오프라인으로 아미들과 대면하며 지내다 새로운 곳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호석이(활동명 제이홉 J-HOPE)를 필두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고 두 번째로 우리의 리더 남준이(활동명 알엠 RM)의 활동이 시작됐다. 항상 아미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 했던 남준이는 2022년 12월 홍대의 소극장 롤링홀에서 200명 한정판 인디고 무대를 선물했다. 가고 싶었지만 당첨이 되지 않았고 유튜브로 시청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결심했다. 네가 안 불러주면 내가 간다. 기다려라 롤링홀! 그렇게 2023년 9월 12일인 남준이의 생일날, 우리는 바로 그 롤링홀에서 남준이 없는 남준이 생일파티하는 아줌마들이 되었다.


남준날 롤링홀에 모인 다양한 인종의 우리는 하나였고 서로의 이야기에 웃고 울고 아포방포(아미 포레버 방탄 포레버)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BTS 덕에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아미도, BTS 덕에 하고 싶은 미래가 생겼다는 아미도, BTS 덕에 삶을 살 수 있었다는 아미도, BTS 덕에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아미도, BTS 덕에 친구가 생겼다는 아미도, 그리고 BTS 덕에 다시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된 나도 우린 참 사연이 많은데 ‘모든 게 BTS 덕분에’로 귀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쯤에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 왜 우리는 이토록 BTS 덕을 보며 사는 걸까? 그보다 더 궁금한 점은 우리는 왜 그들의 덕을 보며 사는 것으로도 부족해 오만가지 방법으로 BTS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다니는 걸까? 우리는 BTS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숲을 가꾸고 동물 보호 활동도 한다. 서울숲에는 BTS와 아미 이름의 많은 벤치들과 피크닉 테이블들이 방문객들에게 쉼터가 되어 주고 있다. 세월호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 세월호 희생자를 위로하고 세상에 알리는데 공헌한 이탈리아 아미는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다.

2018년 백서 프로젝트 White Paper Project를 통해서 한국과 일본 간의 과거 역사문제부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관계를 설명하며 유엔의 입장에 영향을 주고 전 세계에 한일관계를 알린 활동은 한국, 일본 그리고 해외 여러 아미들이 합심해서 만든 일이다. 심지어 콘서트장에서 쓰레기 청소도 자처한다.

이런 우리의 행동들은 BTS의 선한 영향력의 나비 효과고 이런 선행이 BTS에 걸맞은 아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아미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BTS에게 제대로 가스라이팅 당했다. 그들은 우리를 가스라이팅한 적이 없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했다. 돈 받아가면서 해도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는 못할 일들을 왜 우리는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 학원비에 계산기를 두드리는 엄마인 내가 스스로 내 지갑을 열어가며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우린 BTS에게 받은 게 참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지점은 BTS와 아미가 의견이 상충하는 부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많이 받았다며 끝내 인정을 안 한다. 하지만 쪽수로만 따져봐도 우리가 받은 게 많다. 어떤 사람은 그들의 가사에서 위로와 힘을 받았고, 어떤 사람은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에 안정을 찾고, 심장을 때리는 랩과 비트에 희열을 느끼며 속이 시원한 대리만족을 느낀다. 무대를 부숴버리는 퍼포먼스는 말할 것도 없다.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어째 그들은 우리가 더 받았다고 고마워하는가.

3차례의 UN 연설과 백악관 연설을 통해 감동을 넘어 어깨가 우주 뚫고 갈 만큼 자부심을 주는 아티스트가 또 어디 있을까? 그들 덕에 우린 행복하고 즐겁고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출처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 트위터 영상 캡처


2018년, 글로도 꺼낼 수 없는 믿지 못할 힘든 일을 겪고 말할 수 없는 깊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UN 연설로 알게 된 BTS의 영상을 접하고 유튜브 일고리즘 테러로 밤새 우는 대신 웃고 위로받는 날이 많아졌다. 어느새 그들이 주는 위로에서 나의 시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보단 내가 행복해서 웃는 일이 많아지고 2018년 이전 일상이었던 라디오 on 버튼을 다시 누르게 되었다.

그 무엇보다 그들이 말하는 Love Myself를 하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관계 맺기를 다시 시작하며 생긴 덕메들과 소통하고 소위 덕질 투어도 하고 기념일에 카페도 방문했다. 나눔으로 시작한 기념일 축하는 기념일 축하 이벤트로 규모가 커지며 카페에서 오프라인으로 아미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다 롤링홀까지 입성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아미 이름으로 서울숲에 피크닉 테이블을 만들고자 200여 명의 아미들의 힘을 모으기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고 그들처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BTS에게 당한 선한 가스라이팅으로 럽마셀을 하며 나누며 살아간다.


ps. 이 글은 아미를 대표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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