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몇 해 전 오케스트라를 다뤘던 드라마에서 본 마에스트로는 꽤 고지식하고 똑똑하고 잘난 독불장군이었다. '잘 났어 정말'이 절로 나오는 연기력을 펼친 명배우와 드라마틱한 매력을 극대화한 연출로 꽤 재미있게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마에스트로를 알 길이 없으니 권위적이라는 선입견이 생겼다.
몇 차례 갔던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성악가들이 눈에 들어왔지 등 돌리고 선 마에스트로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최근에 간 송년음악회에서 사이드 자리에 앉게 되며 그제야 유심히 보게 되었다. 모든 소리들이 마에스트로를 통해서 공연장으로 휘발되고 있었다. 손끝에 잡힌 지휘봉은 수단일 뿐이었다.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를 타고 위로는 머리끝, 아래로는 발끝까지 모든 부분이 지휘봉이었다. 눈깜박임, 입모양 심지어는 들숨, 날숨조차도 그냥 허투루 인 것이 없었다. 마에스트로를 보며 눈으로 음악을 들으니 개안하다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그러나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치열한 외로움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을 등지고 서서 앞만을 바라보며 치루는 돌아갈 수 없는 사투를 보는 듯했다. 끝에 있을 영광을 쟁취하기 위한 실전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는 글쓰기는 수많은 퇴고가 있기에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이 짧은 에세이를 쓰는 두어 시간 동안에도 수십 번을 읽고 고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 시작한 병아리 작가가 감히 거장의 외로움을 논하며 위안을 삼아 본다.
장닭이 되어서 새벽을 제일 먼저 밝힐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