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글쓰기

20240128

by 사리

글쓰기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 질투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어제가 그랬다. 처음 읽는 순간 소름이 돋으면서 부러웠다. 어제 내가 느낀 감정은 미칠듯한 질투였다. 분명 수려한 문체도 전문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글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하고 많이 본듯한 그런 글이었다. 내가 부러운 건 글을 풀어내는 솜씨는 아니었다.


그 아이디어!

나도 고민했지만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넘겨버렸던 단발머리를 평화의 소녀상으로 풀어낸 그 사람의 글을 보았다. 마지막에 가서 시간이 멈춘 듯 숨이 멎고 단숨에 다시 올라가서 읽어봤다. 그 단발머리 소녀와의 대화에서 언급한 평화, 한복, 목도리에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다시 시간을 어제로 되돌린다 해도 난 단발머리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떠올리지 못할 거다. 그래서 소름 끼치게 부럽다.


생각해 보면 내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최근에는 글을 읽으면서 많이 하는 생각은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다.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어떤 문장에, 어떤 단어들의 조합에, 심지어는 어떤 사진에 꽂힐 때가 있다. 어쩌면 아직까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를 보듯 글쓰기를 대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쉬운 말, 평범한 소재로 눈에 띄는 글을 못 쓰니 멋진 표현, 특별한 아이디어, 기가 막힌 문장에 목매는 건 아닐까 싶어 우울함에 입을 앙다물게 된다.

우울한 글쓰기도 쓰다 보면 언젠가는 우월한 글쓰기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