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아침 산책길에서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삼십 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바닷가 오솔길을 그녀는 단발머리를 하고 서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스쳐 지나가고 돌아본 후에야 그녀의 맨발이 보였다. 신발의 유무 따윈 중요하지 않은 듯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문득 이제 필요 없어질 신발을 줄까 싶어 다시 뒤돌아 보았지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녀 역시 짓눌린 내 인생 같은 신발은 신고싶지 않을 거 같다.
답답한 마음에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는 이것뿐이니 맘껏 들이키자.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이제는 원망조차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유를 찾고 있다. 한심하긴... 안다고 바뀔 것도 없는데. 생각이라는 걸 그만하고 싶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다니는 의문들, 후회들, 그리고 만약에. 모두 부질없는데 멈춰지질 않는다. 내 생각조차 나를 비웃듯이 멈춰지질 않는다. 세상에 무엇 하나 나를 알아주는 것이 없다. 그리고 내가 나를 조롱한다. 믿었던 거야? 병신.
끝없이 외롭다.
다다른 산책길 끝의 바다를 보니 거친 파도소리와 바다 냄새가 느껴진다. 아직 살아있구나. 파도가 미친 듯이 몰아치는 오늘, 딱 좋은 날이다. 파도에 홀린 듯이 다가가자 갈매기들이 낮게 활공하며 나를 반긴다. 갈매기야 날 위해 울어다오. 날 기억해 다오.
바닷가에 놓인 운동화 옆에 내 구두를 가지런히 놓았다.
ps. 영화 헤어질 결심을 생각하며...
영화 헤어질 결심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