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2024년 겨울비가 내리던 토요일 저녁, 강남역 지하철에서 우르르 내린 발걸음의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방향은 한 곳이었다. 유일하게 여자만이 그대로 지하철역 안의 나무 의자에 앉았다. 여자의 손에는 책이 있었고 지하철을 타고 오는 동안에도 내리는 순간에도 책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하던 한 꼭지를 다 읽자 여자는 일어나 먼저 간 발걸음을 따라갔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여자였지만 경제활동과 음주활동을 병행하고 연애까지 하다 보니 책이 틈을 못 찾고 점점 멀어져 갔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여자에게 다시 책이 찾아왔다. 온갖 육아서와 이유식책들을 보며 여자는 책이 아닌 아이에게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효용을 다한 책은 다시 등을 돌렸다. 어느새 학교에 들어간 아이 앞에서 책 읽는 엄마가 되고 싶었던 여자는 책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소설책과 몇 번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게 다였다. 아니 오히려 허전함이 남았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그해 가을, 글을 쓰게 된 여자는 매일 쓰는 것보다 매일 읽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하도 듣다 보니 책이 새롭게 보였다. 이 책이나 봐볼까 대신 무슨 책을 보면 좋을까로 생각을 바꾸니 여자에게 손짓하는 책이 보이기 시작했다. 고마워 기다려 줘서.
오늘도 여자는 시간 때우기 과시용이 아닌 진심을 담아 책을 만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