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240124

by 사리
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

"패키지여행 갈 거면 난 안 갈래."

며칠 전 어머님 칠순 여행을 편하게 가자며 패키지여행을 제안한 신랑에게 거두절미하고 던진 말이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이민 가는 외숙모따라 여행을 가라고, 엄마가 쥐어준 비행기 티켓과 노란 기둥의 여행책이 든 배낭으로 내 첫 해외여행은 시작됐다. 비행기에서 책에 줄 긋다 보니 프랑스에 도착했고 외숙모 집에서 3일간 책을 독파하며 모든 준비를 끝냈다. 7년간 펜팔로 우정을 쌓은 친구집 방문을 시작으로 한 달간 프랑스를 돌아다녔다.

직장생활 1년 차 스쿠버다이빙이 하고 싶어 떠난 첫 휴가부터 그 후 모든 여행은 내가 정했다. 여행인생 15년 만의 신혼여행 역시 그동안의 짬바로 아프리카 섬나라 세이셸로 자유롭게 다녀왔다.

항공권부터 숙소, 도시 간 교통수단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이야 모바일로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직장에서 국제전화로 숙소를 예약하던 시절도 있었다. 직접 하다 보니 사기를 당한 적도 있고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다. 그래도 준비하는 설렘과 계획하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결정할 자유!

매일이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이나 인근 빨리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 휩쓸려 식사를 하고 정해진 업무와 회의, 마감 후 야근 아니면 퇴근. 이런 쳇바퀴 돌 듯 자의타의로 정해준 일상에서 부스러기처럼 느껴지는 짧은 자유시간조차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일상을 벗어나 떠나는 여행마저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돌아버릴 거 같아!'라는 나의 외침에 김영하 작가님이 맞장구 쳐주셨다.

우리들의 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그리고 어제도 비행기 예약 실수로 변경수수료 30만 원을 물었지만 내가 정하는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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