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오엔 레스토랑을 처음 간 건 2000년 봄으로 기억한다. 신용카드가 없던 대학생이었고, 내 차로 갔고, 내 생일을 했으니 틀린 기억은 아닐 거다. 빨간 마티즈에 5명이 낑겨 앉아 가면서도 우리는 정말 신났다. 매번 대학로에서 맥주 피쳐 3,000에 아무거나를 시켜 먹고 아무것도 못되고 끝난 생일파티 대신, 여대생들끼리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간다는 설렘은 그 레스토랑이 한강 위에 있다고 전해 들은 썰에 더 부풀어졌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도착한 오엔의 봄날은 학교에서 느끼던 산자락의 찬바람과는 달리 강물의 비릿함을 품은 칼바람이었다. 긴 머리가 바람에 춤을 추다 얼굴을 때려도 우린 신났다.
오엔으로 통하는 다리가 나무였는지 돌이었는지 기억은 안 난다. 내려다본 강가에 밀려든 온갖 쓰레기와 둥둥 떠있는 거품에 기겁했던 기억만 남아있다. 전화 예약으로 창가 자리에 앉아서 내다본 한강 역시 고개를 들고 멀리 봐야만 멋졌다.
평소보다 금액대가 있는 사실 아주 많이 비싼 식사였지만 맛있게 먹었고, 다소 주눅 들 긴 했지만 예쁜 곳에서 예쁜 시간을 보냈다. 계산대 앞에서 호기롭게 건넨 카드가 백화점 회원카드여서 결국은 그날 전공책 값으로 받은 수표를 꺼내 이서했던 쪽팔림은 내 몫이었다.
멀리서 봐야 좋은 것도 있더라.
메인사진 출처 : 오엔 레스토랑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