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20240131

by 사리
인스타그램 @nousandmind 마음번역


몇 년 만인데도 며칠 전에 만난듯하다. 최근에 어디를 가서 무엇을 먹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너무 잘 알지만 통화목록이나 카톡목록에 서로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다. 마치 그 친구네 집에 방문했던 것처럼 거실 인테리어, 주방 소품, 창밖의 뷰도 알고 있다. 내 아이와 친구가 아님에도 친구 아이의 개구진 모습들, 공부 습관, 읽는 책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인스타그램으로 우정을 쌓아가는 중이다.


친구들과 얼마 전 청첩장을 주고받기 위해 만났다. 길게는 4년, 짧게는 1년 만에 만나는 사이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말대신 근래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얼마 전 걸린 독감은 괜찮은지, 아이는 바뀐 학원을 적응하는지, 집에 놀러 오는 고양이가 귀엽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서로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기 바쁘다.


식사를 하며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야기의 시점도 멀어져 간다. 값비싼 코트를 벗은 듯 그제야 편안해진다.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 추억에 너도나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말들이 화려한 무도회장을 벗어나 푸른 벌판을 내달린다. 구두 따윈 벗어던지고 맨발이 되어 딩구른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멋쟁이가 아니라 그때 함께 했던 벗들이 눈앞에 있다.

조만간 다시 보기를 약속하고 인증샷을 찍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