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기차 사면 바보? 쏘레토가 미친듯이 팔리는 이유

by 차아일체
2.jpg?w=1024 ▲기아 쏘렌토가 2024년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1등을 차지했다

쏘렌토가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기아에 따르면 지난 1~6월 팔린 쏘렌토는 총 4만9588대, 월평균 약 83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쏘렌토는 원래부터 인기 차종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팔리지는 않았죠. 작년 같은 기간 실적(3만6558대)과 비교하면 36%가량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c8aa4ed81aceba6b0ec83b7-2024-07-08-10.28.43.png?w=1024 ▲2024년 상반기 국산차 베스트셀링카 TOP10

그런데 쏘렌토가 1등을 하는데 전기차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요.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하며, 결과적으로 쏘렌토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쏘렌토가 확 늘어난 시기는 전기차가 확 줄어든 시기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집니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은 5500만원입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옵션을 제외한 것으로, 이것저것 추가 사양을 선택하면 6000만원도 훌쩍 넘어갑니다. 예전이었으면 제네시스 G80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할인을 받으면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까지 노려볼 수 있는 금액입니다. 고급차의 기준이었던 가격이 지금은 저렴한 전기차의 기준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죠.

ec8aa4ed81aceba6b0ec83b7-2024-07-08-10.30.04.png?w=1024 ▲현대차 아이오닉5. 옵션을 제외한 기본 가격만 5240만원에 달한다

전기차를 구매하려다가도 비싼 가격이 부담스러워지고, ‘차라리 더 좋은 차를 더 저렴한 가격에 사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난 겁니다. 요즘 전기차 업계에 '일시적인 성장 둔화, 또는 하락'을 뜻하는 캐즘이란 용어가 자주 들리는 이유입니다. 초기 전기차 수요가 대부분 소진됐고, 이제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남았다는 것이죠.


이런 소비자에게는 쏘렌토, 특히 하이브리드가 좋은 대안이 됐습니다. 엔트리급 전기차와 비교해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저렴한데, 넉넉한 중형에 활용도까지 높은 SUV입니다. 게다가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부분을 갖췄습니다. 쏘렌토에 가려졌을뿐, 싼타페도 엄청나게 잘 팔리는 현상을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비중이 70% 수준으로 높고요.

ec8aa4ed81aceba6b0ec83b7-2024-07-08-10.44.11.png?w=1024 ▲쏘렌토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비중. 둘 다 70% 수준으로 매우 높다

우리나라가 경제 수준이 좋아지면서 고급차의 기준이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그랜저에서 G80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을 전기차에도 적용하려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아버립니다. 기아 EV9이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도 8000~9000만원이란 높은 가격을 소화할 만한 소비자가 많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아, 이번 한번만 내연기관, 또는 하이브리드를 사고 다음에 전기차를 사자’고 바뀌게 되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충전도 편해지고 가격도 내려가지 않을까 희망도 있겠고요.


일부에서는 세금 혜택과 저렴한 유지비를 장점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가격 격차가 이런 장점을 넘어설 정도로 크다는 의견이 많은 듯합니다.

the_kia_ev3_feature_bg_pc.jpg?w=1024 ▲쏘렌토와 싼타페 하이브리드 비중. 둘 다 70% 수준으로 매우 높다

물론, 최근 EV3처럼 나름 저렴한(?) 전기차가 나오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큰 차를 선호하는, 가족 단위의 패밀리카를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작은게 사실이죠.


쏘렌토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매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세단보다 스포티지, 쏘렌토 등 SUV에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SUV 중에서는 스포티지나 투싼보다 쏘렌토와 싼타페가 훨씬 더 높고요. 많은 소비자들이 중형급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거죠.


그렇다고 지금 당장 쏘렌토급 전기차가 나오면 잘 팔리냐, 그것도 아닐까 싶은데요. EV9만 봐도 쏘렌토급 전기차는 6~7000만원대의 가격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역시나 부담스럽죠.


제조사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일단, 막대한 초기 투자를 회수하기 위해 이익률이 높은 큰 차를 많이 팔아야 합니다. 게다가 배터리와 전자 장비 등에 대한 외부 업체 의존도가 높아 가격 조절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또, 자율주행 같은 신기술도 적용해야 하고, 차급을 넘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까지 추가해야 합니다. 변화의 시대를 맞은 제조사들이 해결해야 할 딜레마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다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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