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에 저녁
간 밤에 내 지친 영혼은 달리고 달리어
열 살 적에 은행나무 아래서 자 치기하며 놀던 종태와 창호 그리고 기억이 바랜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바지를 나란히 포개 접어 요 밑에 깔고 자던 열여덟도 보았습니다
발가벗은 제라늄의 살구 빛 가슴살이 향기로운 사월
이슬 젖은 아침 햇살은 눈부신 미소와 입 맞추고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숨어있던
각시의 예쁜 스물네 살이 보이고 신기루 속에서 춤을 추는 천사도 있었습니다
가슴에서 익어버린 하얀 꿈은 무채색 바람의 자락에 묻혀 날아가고
언덕에 걸려있던 구름은 지친 세월을 안고 떠나갔습니다
저녁나절에는 하루보다 더 큰 태양이 주황색 치마폭 뒤로 긴- 숨을 토하고 누워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