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ginning
이민 초기에는 탐색전에 적응기라 딱히 하는 일도 없다. 고작 하는 일이라곤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딸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픽업하러 가는 일이 고작이다
이민 온 지 열흘 남짓하던 어느 날, 아내와 대형 마트에 갔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아내가 호들갑을 떨었다.
여보 이거 한국에서 비싼 건데 엄청 싸다. 아내가 한국보다 싸다면면서 이것저것 마구 장바구니에 집어넣다.
한국은 수입국이니 가격이 저렴한 건 당연한 거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기저기 돌다 보니 잘 포장된 삼겹살이 1 불정 도하니 한화로 천 원도 안된다.
"와 삼겹살이 엄청 싸다"
삼겹살을 워낙 좋아하는 내가 큰 세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우리는 마치 전투에서 승리나 한 것처럼 가득 채운 장바구니를 들어 메고 마트를 나왔다.
오후에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삼겹살을 구웠다.
고기 굽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며 입맛을 자극했다. 어디 한점 우선 먹어 볼까..
"와~ 왜 이렇게 삼겹살이 짜지? 서양 애들은 짜게 먹는다더니 진짜 엄청 짜네."
"여보 당신도 먹어 봐"
아내도 한 점을 먹었다. 아이고~ 나는 짜서 못 먹겠다며 돌아섰다.
그래도 삼겹살이라고 나는 짜지만 계속 집어 먹었다. 잠시 후 딸 애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 파티다. 이리 와, 한 점 줄게.."
딸애가 다가왔다.
"아빠 이 건 삼겹살이 아니고 베이컨인데…"
" 뭐...? 베이컨이라고…? 어쩐지 삼겹살이 얇다 했더니.."
딸 애와 아내가 배꼽을 잡고 웃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갔다.
며칠 후, 딸 애를 픽업하러 가던 길에 늦은 점심으로 낯익은 얼굴의 할아버지 미소가 반겨주는 치킨집에 들렀다. 나는 치킨 몇 조각을 주문하고 아내는 한동안 그림 메뉴판을 보더니 컵에 담긴 수프(?)를 손으로 가리키며 주문했다. 나는 주문한 치킨과 수프를 쟁반에 들고 창가에 앉아있는 아내 테이블로 왔다.
수프를 한 숟갈 먹던 아내가
"수프가 왜 이렇게 짜지? 서양 애들은 진짜 짜게 먹네..."
아내는 투덜거리면서도 아까운 생각이 드는지 큰 컵을 다 비웠다.
며칠 후 공휴일... 우리는 가족이 동네 슈퍼 옆에 있는 큰 얼굴의 할아버지가 웃고 있는 치킨집에 다시 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딸애가 카운터에서 이것저것 주문하고 쟁반을 들고 오는데 엊그제 아내가 먹던 짠 수프도 쟁반 위에 얹혀 있었다. 아내는 놀라면서
"얘. 이건 내가 먹어봤는데 엄청 짠 수프야."
눈을 동 그렇게 뜨고 놀란 딸 애가
"엄마. 이건 수프가 아니고 감자튀김 찍어먹는 그레이비소스야"
"뭐....? 어... 그래...? 난.... 스ㅍ..."
아무리 딸 앞이라도 아내는 창피한지 얼른 닭다리 하나를 집어 뜯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창문 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 흔한 수프인지 소스 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맨 땅에 헤딩을 하며 낯선 하늘 낯선 땅에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매일 써 내려가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내리던 비가 잠시 멈추고 오랜만에 파랗게 개인 하늘에는 오리 떼가 줄지어 높게 날고 있었다. 어디로 날아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