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구
우리가 초등학교 5학년 시절이었으니까 열 살이 막 지났을 무렵이다. 얼마 전에 초등학교 때 찍은 사진을 친구가 보내 줬다. 문득, 잊고 지냈던 오래된 추억들이 들 불처럼 일어나서 달려왔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 그냥 눈물이 났다.
세월이 너무 빠르게 달려간 거 같아서 슬프고,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서 슬프고, 친구들이 모두 너무 보고 싶어서 슬프고….. 하지만 분명히 아름답고 소중한 어린 시절의 추억이었다.
열 둬 살 때 기억은 아직도 파랗게 가슴에 남아 있는데 이제 우리 나이가 어느덧 칠십을 둬 걸음 앞에 두고 걸어간다. 손등에는 주름이 아무렇게나 흩어지고 자고 나면 여기저기 뼈 마디에서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고.. 우리도 이젠 나이가 들긴 둘었나 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철없이 즐겁기만 하던 시절, 그때는 우리가 나이 들고 머리가 하얗게 백발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는데 어느덧 우리가 할아버지가 됐다.
친구야.
그래도 요즘 백세시대라고 하니까 백 살까지는 아니더라고 한 십 년은 더 함께 즐기고 편안하게 누려야 하지 않겠니? 너는 내게 아니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친구 잔어.
세상은 열병으로 혼란한데 몇 안 되는 죽마고우마저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 친구가 손가락 조차도 움직이기 힘든 투병 중에 한 줄 카톡을 보내왔다.
"친구아, 네가 많이 보고 싶다. 너 서울 오면 어릴 적 추억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거 함께 먹자"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약혼과 결혼 사회를 모두 내가 해 준 죽마고우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솟구쳐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졌다.
친구야. 많이 아프지…?
미안하구나. 내가 너 아픈 걸 조금이라도 나누어 함께 아파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깝다.
친구야.
그래도 잘 견디야 한다. 좋은 생각만 하고 즐거웠던 기억만 끄집어내고. 나는 믿는다. 네 의지가 나쁜 놈들을 다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네가 나에게 한 달 전에 내게 카톡으로 보낸 준 편지 기억하지?
“네가 9월에 온다고 하니 나는 정말 좋았다. 우리 만나서 지난 옛날이야기도 많이 하고 재미있게 놀자. 너 만나는 날 내 몸은 아무 이상이 없게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걱정하지 말고..”
친구야.
네 말처럼 나는 걱정하지 않을 테니까 너는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 맛있는 거 네가 살까? 아님 내가 살까.?. 아니다, 내가 살게. 너 퇴원 축하는 겸해서 내가 사야지. 그 대신 너는 약속 꼭 지켜서 나 서울 가면 환한 모습으로 손을 꽉 잡아줘야 한다.
친구야~^^
아파도 조금만 참고 견디면 훌훌 털고 일어날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나 서울 가면 바다가 있는 곳으로 친구들이랑 함께 놀러 가자.
신께 매일매일 기도할 께. 내 친구는 아직 우리와 함께 좀 더 있어야 한다고.
친구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