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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임재광 Nov 14. 2021

이방인의 노래

꽁지머리

“아빠, 머리 좀 자르면 안 돼?”

“갑자기 머리를 왜?”

“K 씨 부모님하고 #상견례 날자 잡으려고 하는데 아빠 머리가 좀 그르네?”

“애 말이 맞아요. 당신 머리를 자르는 게 좋을 거 같아.”

딸과 아내가 합세해서 내 머리를 자르라고 강력하게 시위를 했다.

어느 날, 가수 나훈아 꽁지머리에 홀딱 반해서 나도 언젠가 #꽁지머리(말 꼬리)를 하고 말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데 다짐까지 했다.

어느덧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은 의식 무의식적으로 피하다 보니 헤어 샾에 가는 것도 기피했다. 코로나 핑계 덕분에 자연스럽게 머리가 길어져서 겨우 꼬리가 만들어졌다.

솔직히 뒷 머리에 꼬리를 틀기까지 귀찮고 지저분한 건 사실이지만 절호(?)의 기회를 이용해서  겨우 완성 직전까지 왔다..

그런데 이게 웬 날 벼락인가? 사돈 될 분들하고 상견례를 할 거라며 머리를 자르라고 아내와 딸이 강력하게 주장을 한다. 머리를 기른 공짜 머리 스타일이 전과자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닌데 굳이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했다.

이 나이에 지엄하신 #마누라님 명을 어찌 어길 수가 있으며 다 큰 #딸의 저항을 견뎌낼 수가 있단 말인가. 평생 뼈골 빠지게 벌어서 호의호식시켜주던 #가장의 당당하고 거만(?)했던 시절은 세월 따라 기억 저편으로 떠났다. #통장관리는 마누라님의 전권이며 강력한 무기가 되었으니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마켓에 함께 가고 내가 좋아하는 초밥도 먹고 오자는 아내를  따라갔더니 헤어 샆으로 등을 밀어 넣었다.  헤어 샾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초췌하고 미워 보이기는 처음이다. 그 좋아하던 단골집 초밥도 이렇게 맛이 없기는 처음이다.


#인생에 패자도 아닌데 #자유마저 상실한 #박탈감과 #서러움 누구의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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