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게 화가 난다

착각

by 여목 임재광

아구구구구~~~~

비탈진 가든 언덕에 꽃을 심느라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 밑에 나무뿌리가 보여 젖 먹던 힘까지 끌어 모아 힘껏 당겼다. 괴력에 놀란 나무 뿌리가 뿌러지며 동시에 장미 나무로 넘어져 언덕 아래 시금치 밭으로 나동그라졌다.

순식간에 발은 허공에서 흔들고 머리는 시금치 밭에 꺼꾸로 박혔다. 순간 핑~도는 것을 느꼈지만 정신을 잃지 않았으니 다행히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데크에 앉아서 잔소리하던 아내가 놀라 소리치며 맨발로 뛰어나왔다.

시금치 밭에 머리를 거꾸로 박고 꿈틀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살아있다 안심한 것 같다. 그제야 아내가 킥킥 거리고 웃었다.

아내는 나를 엎어놓고 약을 바르며 상처난 등판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아이고~ 당신이 몇 살인줄 알고 그래"

나이를 잊고 철 없이 무모하게 청춘으로 착각하고 사는 나. 그래도 좋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늘 청춘으로 살고 싶다.

아내의 말처럼 철없는 일상을 그래피티 아트로 등판에 그린 상처가 웃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