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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경변호사 May 28. 2019

이 교과서는 내가 디자인했어요

내 디자인에 내 이름을 기재할 권리

A씨는 주식회사 B교육과 '교과서 디자인'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주식회사 B교육에서 발행할 교과서 디자인 작업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교과서를 보니, 왠걸

[교과서 디자인: 주식회사 B교육 직원 ○○○, ○○○]

으로 기재되어있었죠.


A씨는 주식회사 B교육에 이 점에 대해 항의하였지만,

A씨 이름이 기재되지 않은 교과서는 이미 제작되어 많은 학교에 배포되고 있었고

주식회사 B교육은 새로운 교과서에도 A씨 이름을 기재해 줄 수 없다고 하였죠.


A씨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자신의 이름을 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A씨가 주식회사 B교육에 대해 할 수 있는 것



▼ 1단계: 신청


A씨는 주식회사 B교육에 대하여,

1. 더 이상 주식회사 B교육 직원들의 이름이 디자인자로 기재된 교과서가 배포되지 않도록 하는 것

2. A씨의 권리가 침해된 것에 대하여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는 것

2가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A씨는 1.선택지를 택하여 법원에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교과서배포금지) 신청을 하였습니다.



▼ 2단계: 법원의 심리


A씨가 법원에 교과서의 배포를 금지하는 것을 신청하였더라도,

공정한 법원은 그냥 A씨의 신청을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A씨의 말도 들어보고, 주식회사 B 교육의 말도 들어보고

법적판단을 거친 후에 A씨의 청구가 적절하다고 생각되어야만 A씨의 신청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아래와 같이 심리를 진행합니다.


1. A씨가 교과서 배포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는 사람인지 먼저 살펴봅니다.
2. (A씨에게 권리가 있다면)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살펴봅니다.
3. 당장 교과서의 제작과 판매를 금지할만큼 중요한 일인지 살펴봅니다.
4. 최종 판단을 합니다.





법원의 구체적인 심리진행


1.1 A씨가 교과서 배포금지 청구를 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 이 사건에서 적용되어야 할 법은 저작권 법 입니다.


그리고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4호는 저작물의 일종으로 '응용미술저작물'을 규정하고 있고,

응용미술저작물이란 디자인을 포함하여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같은 법 제2조 제15호)


따라서, A씨가 한 교과서 디자인이 저작권법 상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하여야만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응용미술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 복제가능성

2. 분리가능성

이라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 복제가능성 인정여부


이 사건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배포할 목적으로 대량생산되는 물품이라고 할 것이므로

복제가능성이 인정됩니다.



▼ 분리가능성 인정여부


A씨가 담당한 교과서 편집이나 구성 등 형식적인 부분은 교과서 원고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독자적인 미술저작물이라고 할만큼의 실체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교과서 등의 학습도서는 문자를 주요 구성요소로 하고 있어서, 문자의 형태나 배치 등을 교과서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A씨의 교과서 편집 이나 구성 등의 디자인은 분리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A씨가 삽입한 그림에 관하여서는, 응용미술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으나

- 이 사건에서 A씨가 그 점을 주장하지 않았고

(법원은 주장하지 않는 사실에 관하여서는 판단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 디자인용역계약의 내용에 '그림 및 삽화'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그림 및 삽화에 관하여서도 분리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2 A씨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이 사건에서는 A씨의 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되지 않은 것으로

저작권법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지만,

만약 A씨의 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하였다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을까요


법원은 이에 관하여,

- 디자인 용역계약을 보면 주식회사 B교육이 A씨에게 디자인 수정이나 보완을 요구할 수 있었고(수정 예정)

- 주식회사 B교육이 수정을 가하여 최종적으로는 A씨의 디자인과 출판된 교과서의 디자인이 크게 변경된 점


을 고려하면 A씨의 디자인이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하더라도,

A씨의 성명표시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3 당장 교과서의 제작과 판매를 금지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그리고 법원이 '가처분' 사건에서 살펴보는 것은 '보전의 필요성'입니다.

이 사건이 급히 처분을 해야할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보는 것입니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이 사건 처분이 인용되면

아래와 같은 이익 손해가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 A씨가 얻을 수 있는 이익

1) 도서디자인업계에서의 신용하락


* 주식회사 B교육이 입을 수 있는 손해

1) 영업의 심각한 타격

2) 교과서의 선택을 전제로 수업을 준비해 온 학교나 학생에게 큰 혼란을 초래





▼ 3단계 :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사건 신청을 인용하는 것으로 인하여 주식회사 B교육이 입을 수 있는 손해가 A씨의 이익보다 크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과 유사한 모든 경우에 A씨와 같이 가처분 신청이 기각 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1. A씨가 처음부터 가처분신청이 아닌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2. A씨와 주식회사 B교육 사이에 디자인 용역계약의 내용에 '그림 및 삽화', '성명표시권'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을 경우

에는 이 사건과는 다른 결과를 얻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따로 문의주시성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

미술업 종사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법적인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쉬운 글을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 13 자 2009카합3104 결정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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