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유경변호사 May 29. 2019

다양한시각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감상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19. 8. 4.까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데이비드 호크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1972. 이 

2018. 11.경 현존하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액인 9030만 달러(약 1078억원)에 낙찰되고나서였는데, 

어쩔 수 없이 "어떤 작품이 얼마에 팔렸다"는 말에 그 작품에 조금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 그림은 한 남자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남자(같은 남자라고 보기도 합니다)를 물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그림입니다(저작권 등의 이유로 사진 대신 작품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hockney.com/works/paintings/70s




호크니는 위 시기에 '물'과 '자화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고, 위 작품이 '물', '자화상'을 모두 포함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 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게 되었습니다. 

이번 한국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에서는 위 작품은 볼 수 없지만, 

위 작품과 유사한 '물' 관련 작품으로 수영장 다이빙대에서 누군가 다이빙을 하고 난 후 일어난 큰 물살을 표현한 '더 큰 첨벙 A Bigger Splash' 1967.과 

잔디밭에 물을 주기 위해 자동물분무기가 작동하는 모습의' A Lawn Being Sprinkled' 1967.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위 두 작품을 통해 작가가 '평행구도'를 이용하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ockney.com/works/paintings/60s




저는 무엇보다도 다른 전시와 다르게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에서 작가의 '탐구력'에 큰 인상을 받았습니다.

위 예술가의 초상들과 같은 작품도, 

호크니는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 늘 고민하여 작품을 완성하였고 

무엇보다도 

작가는 여러 시각(관점)에서 바라본 사물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2차원의 평면 그림속에 포함하고자

수년간 오랜 노력을 해왔는데 그 노력의 결과가 많은 작품에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시각을 평면에 포함한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은

'A walk Aroudn the Hotel Courtyard, Acatlan' 198.5 라고 생각하는데, 

위 작품은 호텔의 긴 복도를 마치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은 것 처럼 표현하여, 

한 눈에 복도의 좌측부터 우측까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그린 그림입니다. 


당시에는 파노라마 카메라가 대중화 되지 않았을 것인데도

호크니는 여러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시각과 각도를 연구하였고, 

그 결과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http://www.hockney.com/works/paintings/00s



이 작품 외에도 호크니의 여러 작품에서 '색채'와 

'여러시각이 한 편의 그림에 담긴 모습'에 주목하여

그림을 감상하시면 누구나 호크니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여러 시각을 표현한 작품의 경우에, 

작품에 담긴 모습을 '어느 각도에서 보고그렸을지'에 대한 화자의 시각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그림이 꽤 흥미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작품, 그리고 가장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은

여러개의 캔버스로 그랜드 캐년을 그린 호크니의 작품이었는데, 

(서울 전시에서는 마지막 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광활한 자연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것이 아닌데도

그 광활함을 전시장으로 가지고 온 작가의 표현력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이제 호크니 작품에 대한 감탄은 접어두고, 

전시를 보면서 느겼던 작가의 '꾸준한 탐구와 열정'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미술을 잘 모르면서도 미술을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으로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작품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시회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업은 논리적이고 냉철함이 요구되는 법조인이지요. 

그래서 즉흥적이고 직관적이라고(흔히생각되는) 미술을 이야기하면서도 

저의 일상과 작품을 떼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저는 사전 지식없이 이번 전시를 보면서도 작가가 1950년대부터 '평행'과 '물', '자화상'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고, 그 결과 1967년에 '예술가의 초상'이 완성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데 왜일까요?

호크니가 대표작이 아닌 작품들을 통해 충분히 자신이 생각하는 기법과 표현방식을 연습해온 

과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크니는 한 순간에 예술가의 초상을 완성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려보고, 저렇게 그려보고 연구하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크니의 작품을 연대기별로 분류하여 보는 것만으로

작가가 해온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해온 노력, 과정이 만연히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도 호크니라는 작가의 성실함과 탐구심에 대해 마음을 기울이게 되었던 것이죠. 



제가 일하는 곳에서도 같습니다. 

이곳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법조인'은 어떤 사건을 보면

당장 "이것은 형법 ***조가 적용되어 징역 *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법조인이 되기까지 학교에서 배우고 트레이닝 받아온 것은

법학에서는 개별 사안에 대해 법률 조문 -> 사안의 적용 -> 해결 순으로 나아가는 방식으로 결과를 도출하는데

그 과정을 끊임 없이 연습하고

"이것은 이렇다"고만 규정하고 있는 법전을 어떻게 A사안과 B사안과 C사안에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

그 해석을 배우고, 

법조문을 해석하는 법원(가장 공식적인 기관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의 태도가 어떠한지 등을 공부해서, 

결국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법 을 배워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학교에서는 기본법(민법, 형법, 상법 등)을 위주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변호사로 직접 소송을 수행하게 되면서는 기본법을 바탕으로 임대차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개별법령을

어떻게 적용해서 요구하는 사건을 해결할지 고민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사안을 연구하고 이해하는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수 있죠. 


이런 모습에서 저는 작가 호크니와 같이 끊임 없이 연구하고 발전해가는 법조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미술과 동떨어지게만 느껴졌던 저의 일상생활에 미술작품을 통해 알게된 깨달음을 적용하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법'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호크니의 오랜 탐구로 나타난 작품으로

저는 현실보다도 더 현실같은 그랜드캐년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되었죠.


각 캔버스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그 캔버스를 모아두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모습이 마치 우리 사회 같습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회가 작품처럼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는 

각 캔버스(각자의 우리)가 개성을 가져야만 하겠지요. 

그래서 개성을 잃고 '남이 좋다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유행을 쫓는

현대인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호크니 작품의 관점의 다양성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타인을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할 때 '타인이 틀렸다'고 할 수 있지만, 

내가 보는 것이 이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다를수도 있겠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틀린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술을 좋아하기만 하고 아는 것이 없어서

누구보다도 직관적으로 전시를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의 감상을 나누는 것으로 더 많은 분들이 

미술을 지식이 아닌 마음으로 즐기고 느끼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