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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y 14. 2024

[e]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2

■ #02.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나를 마주하기는 싫었다.


#02.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나 홀로 녀석을 위해 서프라이즈 여행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여행이라고 하지만 단지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녀석이 매 순간 나처럼 느껴져 견딜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계획은 내 생각과는 달리 더디게 흘러만 갔다. 여행 계획을 준비하는 순간마다 무언가 더 좋은 것 더 특별한 걸 생각하다 보니 욕심이 더해지면서 준비하는 시간은 고무줄 마냥 늘어가기만 했고 잔잔할 리 없는 내 생활과 엮이면서 점점 생각이 비틀어지고 계획이 틀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래, 그냥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해주면 되는 거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가 해주려는 그 녀석에 대한 마음이 거짓이 돼버릴 테니까.      


시간이 지나서 "거짓이 아니야" "더 특별한 것 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릴 뿐이야"라고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나를 마주하기는 싫었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녀석을 위해 생각하고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녀석은 온전히 나의 마음을 다 알아줄 테니까. 난 그 녀석한테 많은 것을 배웠다. 내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느껴지면 어느새 우리 집 앞에 와서 나를 기다려 주는 것. 그렇게 내가 애써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나에게 다가와 아무 말도 없이 내 곁에 머물러 주는 것.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대신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가장 먼저 다가와 내가 혼자라 생각하지 않게 해주는 것. 나의 침묵에 대하여 애써 묻지 않는 것. 또한 그걸 이해하기 위해 온전히 그 시간을 기다려준다는 것.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상대방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지금 내가 그 녀석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건, 지난날 그 녀석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먼저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 여행은 녀석을 위한 일이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는 걸 말이다. 결국... "그 녀석이 이렇게 해주었다."      


#PS... 난 다른 사람들 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그 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을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행동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을 믿는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사람이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에게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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