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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y 14. 2024

[e]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4

■ #04.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건. 단지 그것 뿐이었다.


#04. 오랜만에 만난 그 소년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몇 달이 지나고 어느새 그날이 왔다. 다행히 녀석은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단지 미국에서 온 나의 사촌동생이 봉사활동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 도움을 요청해 지방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만으로 알고 있다. 난 평소보다 조금 빨리 일을 끝마치고 공항으로 향했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그 녀석을 만나기로 했다.      


녀석은 나를 만나자마자 투털거렸다. 봉사는 무슨 봉사! 누가 누굴 도와?! 우리가 제일 불쌍한 사람들인데. 라며 말장난을 하면서도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도와주러 가는지?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그 수많은 물음에 난 “도착하면 다 알 수 있어”라고만 말했다. 


우린 공항에 도착했고 그 순간이 다가왔다. 난 비행기 표를 녀석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봉사활동 간다는 거 거짓말이야” 녀석은 표정은 의아해했고 "사실은 너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좀 쉬라고 준비한 거야"라고 말한 순간. 그 녀석이 내 앞에서 어린아이의 표정을 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렇게 내 앞에서 해맑게 미소 짓는 모습이 너무 오랜만이었고 난 그 미소가 어릴 적 그 소년을 만나는 것 마냥 너무나도 반가웠다. 난 출발도 하기 전에 이번 여행이 어떠할지 상관이 없었다. 녀석의 어린 시절 그 해맑은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근데 그 순간 갑자기 불안감이 나를 휩싸여왔다. 미친놈이라 불리는 그 녀석이 과연 제시간에 올 수 있을지 너무 불안하기 시작해 왔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녀석이 걱정되어 "제발, 비행기 시간에만 맞춰서 와라. 부탁이다."라고 말했더니 그 녀석은 "걱정 마. 인마. 근데 혹시나 내가 조금 늦으면 자기 아직 도착 못했으니까 기장한테 비행기 잠깐 기다리라고 해줘" 그랬다. 녀석은 그냥 미친놈이었다. 아니다 어쩌면 이런 녀석 하고 친구하고 있는 내가 미친놈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 미친놈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 시야에 들어왔고 우린 제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가 뜨기 무섭게 우린 제주도에 도착했고 제주도에서 잠시 머물러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우린 그 친구네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내팽개치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제주도를 오기 전 나름대로 계획을 정해서 왔다. 하지만 그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계획한 것은 정상인 하나에 가끔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나. 그렇게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계획이었고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맨날 미친 짓을 하고 다니는 놈을 하나 더한 "우리"가 됐을 때는 어차피 계획 같은 건 

맨날 미친 짓 하고 다니는 놈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사실 우리에게 계획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곳에 머물러 있는 동안은 우리가 여태껏 무엇을 놓쳐버렸는지. 우리가 무엇을 걱정하고 하고 있는지. 우리의 막막하고 어둠기만 한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굳이 목적지를 두지 않고 우리가 길 위에 있다면 발길이 이끄는 데로 어딜 가야 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이끌리는 데로 그곳에 도착하면 그곳이 우리가 계획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끌리는 데로 어릴 적 그때처럼 맘껏 방황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건. 단지 그것뿐이었다 "


#PS... 우리한테 멋지다는 건. 무엇이든지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것 불투명한 미래보다 같이 있는 게 멋진 거니까. 미래를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 내 곁에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누군가 말했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리 헷갈려도 인생이 준 최고의 선물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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