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Spir e Dition X May 14. 2024

[e]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5

■ #05. 그곳에서는 길을 잃을 필요가 없었다.


#05. 함께라는 순간 우리는 무엇도 상관이 없었다


우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조용하고 아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가게에 들어갔다. 우리는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현실을 뒤로한 채 각자의 앨범에 끼어두었던 서로가 잊지 못할 추억이라는 사진들을 한 장씩 꺼냈다. 철없던 시절 그 유일한 순간들에 웃고 떠들고 그때를 떠올리며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그곳에 한참을 머물다가 자리를 옮겨 우린 조그마한 선술집에 들어갔고, 우린 다시 각자의 앨범에서 그 시절 찍어두었던 사진을 꺼내어 한없이 떠들어 댔다.


내가 한 장. 그 녀석이 한 장. 미친놈이 한 장.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친구가 한 장. 각자의 앨범의 사진들은 끝도 없이 나왔었고 제주도 조그마한 선술집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느새 한라산이 테이블에 감당이 되지 않을 때쯤 술집에서 나왔다. 그곳에서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이 순간들이 카메라 필름 되어 기억이라는 렌즈에 찍히고 추억이라는 사진이 되어 훗날 오늘처럼 담아두었던 앨범에서 꺼내어 놓고 우리 "그때 참 좋았었는데 “라고 하겠지.      


우린 마지막으로 제주 밤바다 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곳에 들렀다. 차분한 음성으로 울려 퍼지는 대화 중에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순간. 현실에서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우리 머리 위로 한없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그날 우리는 오랜만에 철없던 그 시절의 아이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맘껏 방황하였다. 그렇게 잠시나마 하루를 애쓰지 않았던 시절. 의심 따위 없이 두 손을 모았던 시절. 동심이라는 뜻을 몰라도 무언가를 꿈꿀 수 있던 시절.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아차. 그다음 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친놈이 술 취해 바다에 들어갔었다고 한다. 난 제주도에서 미친놈을 잃을뻔했다.


그곳에서는... 길을 잃을 필요가 없었다. 가야 할 곳을 몰라 멍하니 서있을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함께라고 느낄 수 있는 그 순간. 우리는 그 무엇도 상관이 없었다.     


#PS... 난 기억한다. 연필이 좋고 무언가 끄적거리면 조용히 나를 스쳐가는 그 미세한 소리. 그 설명할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을 사랑했었던 그 시절. 그 소년을. 여태껏. 나만의 시선 나만의 공간 나만의 것을 여기며 살아왔지만 "우리"라는 단어를 이해했던 순간부터 함께 했었던 순간들은 "우리"의 것이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e] 그 시절 우리가 있었다.®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