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는 비행기 편은 예약하고 오는 편은 예약하지 않았다. 여행사에서 마지막으로 내려준 장소가 맨해튼이었는데 백팩을 메고 대형 캐리어를 끌며 맨해튼 5번가에 혼자 남겨진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백팩을 메고 대형 캐리어를 끌며 맨해튼 5번가에 혼자 남겨진 순간은 마치 오랜 세월을 건너뛰고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마천루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속에서, 홀로 남겨진 아이처럼 자유로움과 고독이 서로 어울리던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8박 10일 동안 일행과 헤어진 나는 맨 처음 커피 향이 그윽한 스타벅스를 찾았다. 왜냐하면, 사실 한국에서 오기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소소한 목표였다. 도심 한가운데서 맥북을 켜고 커피 한 잔을 하는 모습은 그 당시 흔치 않은 광경이었다. 맥북은 아니지만, 지금의 노트북보다 훨씬 무거운 삼성 노트북을 켜고 커피를 주문했다. 늘 언제나 그렇듯이 동경하는 걸 따라 해 보는 취미가 있다.
너만 할 수 있냐? 나도 할 수 있다는 식.
내 발음을 알아먹을까 걱정했지만, 뉴욕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워낙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도시여서 두리번거리는 여행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노 프라블럼!
지금은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가 있으니 얼마나 편해졌는가.
여행을 하다가 허기가 지면 길거리 음식 프리첼 Pretzel을 사 먹곤 하는데, 상인한테 내 목적지인 ‘센트럴파크?’라고 한마디만 해도 무슨 말인지 안다는 듯이 위치를알려줬었다.
귀국 날짜를 정하지 않은 채, 여행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맨해튼에서 한 시간 떨어진 차이나타운 플러싱의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그곳에서첫날은 혼자 방을 썼지만, 이튿날부터는 새로운 룸메이트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우리 둘 다 뉴욕이 처음이라, 타임스 스퀘어로의 여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녀는 20대의 풋풋함이 가득하고 오랜 해외 생활로 영어를 잘 구사하는 친구였고, 외출할 땐 노란색 가발을 쓰고 화려한 옷차림을 했다. 반면에 나는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등산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영향으로 조금씩 나의 옷차림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행하는 동안 소호 거리의 화려한 옷가게들을 방문하며, 나는 점차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갔다.
프리첼 Pretzel: 얇고 가늘게 민 반죽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튀겨낸 후, 소금을 뿌려 머스터드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정석이다. 벤더에서 먹을 수 있지만, 미식가라면 가게에서 갓 구워낸 것을 먹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