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심리검사들이 나를 규정 지을 수 있나
얼마 전에 커플을 위한 심리체험전시를 다녀왔다. 각각의 코스 안에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체험을 통하여 커플끼리 교감하고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체험형 전시였다. 각자 서로 생각과 가치관이 어떤지 처음부터 알지 못하니 사귄 지 얼마 안 된 커플들이라면 더 유용할 거라고 생각했던 심리체험이었다.
‘나’와 ‘우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런 심리검사나 성격유형검사,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들을 찾아서 해보는 편이다.
어릴 때는 혈액형으로 사람들의 유형을 분류했다면 몇 년 전부터는 MBTI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라면 MBTI가 빠짐 없이 나왔고, 소개팅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간단히 자신을 소개할 때도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나도 헷갈리는 MBTI검사 결과를 잊지 않기 위해 적어놓고, 각각의 특성들을 나와 맞는지 알아보고 가까운 사람들의 유형도 나와 맞는지 알아보기도 했다.
‘맞아 맞아, 이건 딱 내이야기지’
‘아닌데, 난 이러지 않는데’
‘내가 이런 면이 있었나’
이뿐인가,
혈액형과 별자리, 점성술, 사주, 사상체질 등도 알아보고 내가 나를 찾기 위한 간단한 방법들은 모조리 해보려고 애썼다. 나를 정의 내려보고 싶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도구의 힘을 빌려 알고 싶었다.
나를 알기 위한 방법이 딱 나와있으면 좋겠는데.. 게임에서는 캐릭터마다 특성이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어떻게 전략을 짤지 아는데 인생은 그렇지 못하네..
’하지만 이런 다양한 검사들이 나를 온전히 보여주는 걸까?‘
MBTI
조직이나 전통, 관습에 충직하며 규칙을 잘 따른다.
성격에 모순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며, ISFJ 본인도 본인의 성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본인에게 중요한 것에 한해서 기억력이 뛰어나다.
주변 사람들의 작은 세부 사항을 관찰한다.
조명, 온도, 소음 등과 같은 다양한 감각 자극에 예민하다.
MBTI에서도 본인의 성격을 잘 모른다고 한다. 난 기억력이 안 좋기로 소문이 났고 눈치가 없기로 1등이다.
전혀 예민하지 않고 오히려 둔감한 편이며 가리는 것 없이 무던한 편이다.
사주
강한 의지와 책임감
감정 표현에 신중함
책임감이 강한 리더십
강한 정의감
책임감과 리더십을 원하지만 리더를 맡을 만큼 카리스마 있지 않고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의롭게 나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뒤로 숨는 겁쟁이에 더 가깝다.
혈액형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
변화무쌍한 성격
예술적 감각과 창의성
자유롭고 독립적인 성향
변화무쌍한 성격이 바로 나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래서 더 나를 모르겠다.
별자리
야망과 목표 지향적
책임감과 신뢰성
신중함과 계획성
독립적이고 자립심 강함
인내력과 끈기
열정 넘치는 야망녀였다면 이렇게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끈기 있게 뭘 해본 적이 없고 부끄럽지만 개근상도 타보질 못했다. 집중력이 부족하여 오래 앉아있는 것도 잘 못한다.
강점검사
1. 정리 (Organization) 복잡한 상황에서도 명료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남.
2. 공감 (Empathy)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며, 그들의 기분을 쉽게 감지함.
3. 심사숙고 (Deliberation)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장단점을 분석하며 신중함.
4. 포용 (Inclusiveness)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차이를 기회로 삼음.
5. 화합 (Harmony) 서로 다른 의견 간의 공통점을 찾고, 타협점을 이끌어냄.
제일 의외였던 검사결과였다.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이 보일법한 포용이나 화합이란 강점들. 전혀 이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결과만 본다면 매우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처럼 보인다.
대체적으로 단편적인 특징과 검사결과를 살펴보니 정리나 계획, 신뢰할 수 있고 논리적이다라는 부분이 공통점으로 나온다. 내가 모르는 나의 한 부분 일까도 생각해 보았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나를 찾아보려 했지만 답은
‘여전히 아직 나는 나에 대해 다 알 수 없다.‘
자신을 4가지 유형, 16가지의 사람유형, 60가지 일주별 특성들로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특성들을 이렇게 분류를 할 수 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니라고 믿고도 싶다. 나에 대해 단편적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면 더 확장하여 뻗어나갈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의 유형을 큰 범주로 묶을 수는 있어도 각자 살아온 환경이 제각기 다 다르고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어떤 가르침을 받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자신을 완전히 게임 속 캐릭터처럼 특성이 전부 나와있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만큼 알 수 없고 복잡한 것이 어디 있나.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인걸.
다양한 검사의 결과만큼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
나를 알고 싶어 다양한 검사를 해보았는데 각기 테스트마다 공통된 부분도 많지만 서로 다른 부분들도 많아서 더 혼란스럽다.
‘이 테스트에는 나를 이런 사람으로 말하고 있는데 다른 검사에는 나를 또 다르게 말하고 있네.‘
공통적인 부분만 추려서 이게 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이 결과도 저 결과도 나이니 나는 정말 복잡한 사람일까?
긍정적인 것만 받아들이고 내가 아니다 싶은 결과는 무시해 버리면 될까?
자신을 완전히 규정짓기에 더 어려움이 컸고 나를 찾기는커녕 더 복잡한 내가 되었다. 그냥 검사 결과에서 나 같다 싶은 부분만 ‘그래 이게 나지’하고 넘어갈 때가 많을 것이다.
‘나를 규정할 수 없는 그 중간 어딘가에 내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일상에서의 모습과 일할 때의 모습, 사랑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의 모습,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 선후배 사이의 모습 다양한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과 있느냐에 따라 다르고 그때의 당시 감정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만 감춰서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
'딱 이게 나의 모습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알기 위한 각종 검사하는 단 몇 분의 투자만으로 나라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겪어보고 많이 부딪혀보고 지내봐야 알 수 있듯이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하다. 아직 나를 몰랐던 건 그만큼 나에게 소홀하고 무관심했던 게 아닐까.
이러한 검사나 테스트들이 나를 설명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나를 알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결론은 나를 아는 과정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고, 나를 이해하는 것은 하나의 정답이 아닌 나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관찰이 중요하단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사람일 수도 있겠구나 이런 성향에 가까울 수도 있구나 힌트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찾으려 했나요? 그게 도움이 되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