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제일 원초적인 여행 방법

- 캄보디아 씨엠립 여행 -

by 임선영
@Siem Reap, Cambodia


푸짐한 조식과 과일, 친절을 베풀어줬던 고마운 워터릴리 호스텔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방콕 북부 버스터미널, 콘쏭 머칫으로 향했다. 방콕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넘어가는 방법은 많다. 여행자 버스, 카지노 버스 등등.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건너가 보고자 제일 원초적인 여행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별다른 예약 없이 버스 시간표도 모른 채 가방을 등에 업고 일단 직진. 운이 좋았는지 삼십 분 정도 후에 출발하는 (에어컨 조절이 가능하고 화장실도 있고 물과 빵을 나눠주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203밧에 아란야쁘라텟을 지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이 맞닿아있는 딸랏 롱끄르아Talat RongKluea에서 내려주는 버스였으며,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하게 쉬엄쉬엄 가는 버스다.


툭툭을 외치는 아저씨들, 계속해서 쓸데없는 말을 걸거나 잘못된 출국심사 장소를 알려주는 사람들 속에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가방의 무게까지 견뎌 국경을 지났다. 태국 출국, 캄보디아 입국. 앙코르와트를 형상화한 문을 지나 카지노 건물에 닿기 전, 비자 발급소에서 30달러짜리 비자를 만들고 입국심사대로 향했다. 다행히 개별로 와서인지 출국 입국심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카지노 버스나 여행자 버스를 타면 여기서 두 시간 가량 걸리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래도 무난하게 별 탈 없이 통과했다고 여겼는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져있었다. 비자 발급할 때 생긴 일. 2명에 100달러를 내고 40달러를 거슬러 받아서 운 좋게도 뒷돈을 요구 안 하는구나 안심했던 게 문제였다.


'아주 살짝 찢어진 지폐'


씨엠립까지 가는 택시비를 흥정하며 한 사람 당 10달러에 겨우 탔는데 1명을 더 태우겠다며 고집을 피운다. 겨우 진정하고 출발했더니 이번에는 숙소도 아닌 그냥 도로에 세워놓고 무작정 내리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도상 숙소와 가까워 보였다. 못 이기는 척 내려서 비자를 받을 때 거슬러 받았던 20달러를 내밀었더니 몇 번 훑어보고는 다른 돈을 요구한다. 도대체 왜. 택시 아저씨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서 다른 돈을 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걷다 길을 잃었다. 그리고 겨우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6층 꼭대기 수영장에 테라스가 있고 자전거도 무료 대여 가능한 이곳은 1박에 1만 원가량이다. 게스트하우스이지만 호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반신반의했는데 정말이지 좋은 곳이다. 기분 좋게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도 마셨거늘, 아주 살짝 찢어진 지폐.


나중에 계산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흠집이 난 달러는 캄보디아에서 거래될 때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수중에 비자비와 택시비를 지불하고 남은 돈은 아주 살짝 찢어진 20달러뿐.

가진 돈이 없다고 하자 2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라고 하란다. 그냥 2달러 그까짓 거 더럽고 치사해서 적선하는 듯 던져주고 올 수 있지만 결국 따지며 싸우고 말았다. 잘못된 것을 동정으로 포장해서 덮을 수가 없었다. 그런 심리를 이용해 2달러를 더 받아보려는 그들에게 화가 났고, 그렇다고 순순히 2달러를 주기에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싸워야지.


배낭을 짊어지고 나서야 그들의 실체가 보인다. 6년 전, 편히 비행기를 타고 왔다가 쉬어갈 때에는 미처 몰랐던 그들의 욕심. 어쩐지 뒷돈 요구 안 하고 별 탈 없이 넘어왔다 싶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돈은 생계를 위해 중요하지만 처참해지면 안 되는데. 누가 그들에게 돈의 단편적인 맛을 여실히 보여준 것일까. 파란만장하고 험난하게 캄보디아 씨엠립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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