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수연 기자 Jan 29. 2021

영화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요?

(1) 현직 영화기자가 하는 일

제가 <씨네21>에서 취재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열 중 일곱 정도는 다음과 같이 반응합니다. “아, 20자평 남기는 사람들이요? 그러고 보니 네이버에서 이름을 본 거 같아요!” 



(이런 거...?)


물론 그 일을 하는 건 맞지만, 데스크에 20자평을 올릴 때는 제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 내에서 최대한 고심해서 쓰긴 하지만, 별점과 20자평이 기자의 일주일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아마 1% 미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화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요? 코로나 19가 터지기 전 언젠가, 저의 실제 스케줄러를 공유하겠습니다.



여기에 매주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가 추가되는데, <씨네21>의 경우 일주일에 3번 정도 취재팀 혹은 미디어부가 모여 회의를 합니다.


월요일 11시 : 차주 아이템 회의

수요일 17시 : 뉴스 회의, 차주 중간점검 

금요일 17시 : 차주 최종 회의

(회의와 아이템 발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A부터 F는 영화 투자배급사부터 OTT까지, <씨네21>이 만나는 회사들이 다양하게 포진돼 있습니다. 이들과 왜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물론 술도...) 짬을 내서 티타임이라도 갖는 것일까요. 일반 기업 다니시는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당연히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눕니다. 기자는 앞으로 이 회사에서 어떤 작품들이 나올 예정인지, 기획 개발 단계에 있는 작품부터 개봉을 준비하는 작품까지 해당사 라인업을 상세히 챙기고, 요즘 업계 동향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최근 이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 있는지, 보도자료만으로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들으려고 합니다. 상대 쪽에서도 나름의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꼭 대단한 정보 교환을 위해서만 만나는 건 아닙니다. 업계에서 일하면서 서로 얼굴 볼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밥이라도 몇 번 먹고 서로 친근해져야 커뮤니케이션도 좀더 수월해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으로는 홍보팀을 자주 만납니다. (아주 러프하게 설명하자면, 각사 ‘홍보팀’은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때문에 기자들이 가장 많이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 역시 홍보팀 직원들입니다.) 하지만 홍보팀 외 다른 부서와도 대면 인터뷰 및 각종 취재 때문에 만날 일이 많고, 이 산업을 보다 잘 이해하고 타매체와 차별화되는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홍보팀 밖의 사람들과도 꾸준히 인연을 맺어야 합니다. 


다시 스케줄 표를 볼까요?



붉은색으로 표시한 것은 기사 작성 때문에 공식적으로 잡힌 인터뷰 스케줄입니다. 중간에 <남산의 부장들> 언론배급시사회도 참석했었네요! 감독, 배우, 스태프, 관계사 임원들까지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양하게, 자주 만납니다. 평균 1시간 정도 인터뷰를 하고, 집에 와서 녹취 풀고 정리한 후 기사의 형태에 맞게 마감하죠. 대체로 주간지 마감 노동자들은 수요일에 기사를 완성하고(가끔... 아니 자주^^; 목요일 오전까지도 갑니다), 목요일 하루 종일 잡지 대장을 기다리다 드디어 대장이 나오면 분량 맞추고, 틀린 내용 없는지 눈알 빠지게 원고를 확인하고, 사진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수정할 내용이 없는지 체크한 후 늦은 저녁 퇴근합니다. 제가... 매주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ㅠㅅㅠ


면허를 안 따고 버티다가, 2019년에 면허를 땄는데요. 스케줄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기자가 된 이상 서울과 경기권을 누비며 다녀야 하는 게 숙명인지라... 자차가 없으니 이래저래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땄습니다. 필기는 98점 받고 실기는 밝힐 수 없는 횟수만큼 떨어졌... (그래도 제가 2019년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편하다니, 진작에 딸 걸!)


영화기자는 20자평을 쓰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영화평론가와도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죠. 스케줄표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기자를 기자이게 하는 정체성은 ‘취재’에서 옵니다. 취재원과 꾸준히 관계를 쌓고, 기자 각자의 담당사(투자배급사, 제작사, 방송국, OTT, 수입사, 영화제 등등)를 잘 관리하고, 영상 산업 종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렇게 전문기자로서 영화계(미디어 업계)의 이슈를 발굴하고 때로는 담론을 선도하며 만들어가는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영화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영화(및 미디어 전반)에  대한 지식과 다방면에 대한 호기심을 1순위로 꼽고 싶습니다.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그들이 생산되는 산업 자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람 만날 일이 아주 많은 직업인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수적입니다. 1시간 이상 대면 인터뷰를 자주 하는 영화기자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도 갖고 있어야 하고요. 글쓰기 능력?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굳이 우선순위를 꼽아야 한다면 3~4순위쯤에 두지 않을까 싶네요. 영어 인터뷰가 가능할 만큼 어느 정도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글로 쓸 일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아이템 발제부터 마감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기사가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