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임수연 기자 Jan 31. 2021

인터뷰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3) 인터뷰 준비에 대해서

최근 커버를 장식한 <경이로운 소문>. 이때 전 김세정 씨를 인터뷰했습니다. 특집에서는 한재림, 이규만 감독님을 만났고요. 



제가 영화기자가 된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무엇일까요? 


네, 짐작하시는 그게 맞습니다.


"야!! 너 배우들 자주 만나겠다!!! 완전 부러워!!! 누가 제일 잘생겼어?"


그런데 이제는 친구들도 저한테 나오는 대답이 뻔해서 더 이상 안 묻더라고요.

 

"일 때문에 만나는 거잖아. 인터뷰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얼굴 보고 감탄할 시간 같은 거 없어..." 


로봇처럼 반복하는 대답이긴 하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화보 촬영을 병행하는 배우의 경우, 투배사 매니지먼트사 홍보사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등등 스태프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현장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정신이 없어요. 현재 어떤 느낌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 취재팀 내부에도 실시간으로 공유해줘야 하고요. 그리고 오랜만에 얼굴 본 관계자들과 의식적으로 대화도 나눠야 합니다. ("어머~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평소보다 약간 하이톤. 일명 제 비즈니스용 목소리) 동시에 사진 찍을 때 있었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기사에 녹여내기 위해 틈틈이 관찰하고 열심히 메모하고, 인터뷰 질문지를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체크해야 하지요. 인터뷰 진행 중에도 기자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갑니다. 두뇌 풀가동!


주간지 영화기자는 감독과 배우, 제작자, 영화 스태프들, 투자배급사 배우 매니지먼트사 등 각종 관계사 임원들 등등 이쪽 업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다양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몇 명 인터뷰했나 세봤더니 총 64명의 영화인을 만났네요.^^; (리포트를 위한 전화 취재 제외) 감독과 배우들을 가장 자주 만나기 때문에 이 케이스를 중심으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자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는 인터뷰 기사를 쓸 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무언가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습니다. 작품이나 연기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든, 삶을 살아가는 태도든. 그런 기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정된 시간 안에 상대에게서 좋은 워딩이 나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인터뷰이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 알아야 하고, 캐릭터가 어땠는지 어떤 연기를 했는지 분석해야 하고, 필모그래피를 아우르는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직접 만났을 때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애정을 장착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올린 글에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에요. 


저도 365일 24시간 남들하고 똑같은 시간을 사는 사람인데, 제가 만날 모든 사람들에 대해 원래부터 잘 알고 애정이 있고 그러지는 않은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다 노력의 산물입니다. 인터뷰가 잡히면 '벼락치기'를 해서라도 제가 만날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려고 합니다. 일주일짜리 관심이라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인터뷰 기사 잘 쓰는 게 목표니까.


애정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보통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웬만하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안 생기면...? 저 같은 경우는 노력을 해서라도 애정을 가지려고 애쓰는 쪽입니다. 다른 기자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ㅎㅎ 그렇다면 자료조사의 양과 인터뷰의 퀄리티는 반드시 비례할까요? 아닐 수도 있지만, 자료조사를 많이 하면 정말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최소 인터뷰가 망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료조사를 미친 듯이... 정말 미친 듯이 하는 편입니다. (어떤 홍보 마케터 분들은 저를 '모범생' st 기자라고 하더군요. 수업 시간에 맨 앞줄에서 열심히 손 드는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이라나... 나름 기자로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제가 어떤 배우를 만난다고 결정됐을 때, 대략 아래의 과정을 거칩니다. 나름 우선순위를 매긴 거예요.


-그동안 했던 인터뷰 읽기 (매거진은 전부 읽을 것)

-필모그래피 정주행 (유튜브 요약본도 ok)

-그간 인터뷰이에게 있었던 주요 이슈 공부

-SNS 훑기

-유튜브 검색 

-지인 취재 (“OOO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DVD/블루레이 코멘터리 및 부가영상 감상


저는 제가 쓴 인터뷰 기사가 가능한 한 덜 식상하고 덜 뻔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나왔던 기사와 겹치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인터뷰는 대부분 찾아서 읽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이에 대해 학습할 수 있기도 하고요. 가령 '전문직 전문 배우' '강인한 여성들을 주로 연기' 같은 수식어가 주로 붙는 배우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고 1차원적으로 "왜 전문직을 자주 연기하셨어요?" "강인한 여성 캐릭터에게 끌리는 이유가 있나요?" 라고 섣불리 물으면 안 됩니다. 옛날 인터뷰를 뒤져 보면 이미 비슷한 질문을 수십 번 받았고, "딱히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고 저에게 그런 대본이 많이 들어왔나 보죠." 라는 대답을 또 수십 번 했습니다. 제가 또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아, 식상해" 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다른 질문을 찾거나, "왜 감독들이 이런 캐릭터에 당신을 자주 떠올리는 것 같나요?" 라고 방향을 조금 틀어서 질문을 해야 하는 거죠. 아니면 이런 접근도 가능합니다. "옛날 인터뷰를 보니 ~~~~~ 라는 말을 되게 많이 하셨더라고요. 지금도 그 생각이 유효한가요?" 배우가 어떻게 성장하고 연기관, 가치관이 바뀌었는지 포착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질문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인터뷰 경험이 별로 없던 시절에는, 찾아볼 수 있는 필모그래피는 전부 다 봤습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더라고요. 밤을 새도 다 못 보겠고. 그래도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요령이 생겼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꼭 보고요, 반드시 전체 회차를 봐야 하는 작품, 일부 에피소드만 봐도 될 작품, 유튜브 요약본만 봐도 될 작품, 인물 소개만 봐도 괜찮을 작품이 알아서 정리가 됩니다. (저는 유튜브 요약본 영상이 많아진 것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아아, 기자의 자료 조사 시간을 대폭 줄여주신 편집자 분들 정말 사랑합니다.) 이렇게 해도 필모그래피 정주행 하다 보면 주말이 다 지나가죠. 그렇다고 그냥 멍한 눈으로 보면 안 되고 캐릭터, 액팅 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메모하며 감상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었는지, SNS에 어떤 사진을 주로 올리는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동료들은 이 사람을 어떤 배우라고 기억하는지 등등 더 디테일하게 취재를 해 나갑니다. 반려동물이 있는지 있다면 이름이 무엇인지, 같은 것도 되게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스 브레이킹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배우 쪽에서 되게 좋아하며 핸드폰에 담긴 사진도 보여주고 그래요. :-)


그렇게 자료조사를 한 이후에는 대상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들어갑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느낀 매력이 뭐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포인트가 뭐지? 이 배우는 어떤 퍼스널리티를 가진 사람이지? 연기 스타일이 어느 쪽이지? 지금껏 필모그래피를 보면 잡히는 이 사람의 특징은 뭐지? 당장 15매 분량 인물 피처도 쓸 수 있을 정도로 고민합니다. 


학습도 끝나고 내 나름의 인사이트도 정립되고 나면 질문지를 짜기 시작합니다. 저는 1시간 기준으로 20~25개 정도 항목을 뽑는 것 같아요. 물론 그 질문 다 못합니다... 저는 늘 "2배 수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질문지를 짭니다. 나름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인터뷰가 이런 흐름으로 진행되겠지? 라고 예상하며 그 순서대로 질문을 정리합니다. 보통 초반에는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킹 질문을 던지고, 가장 최근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하고, 이전 작품들 질문이 그다음, 배우의 액팅 스타일이나 필모그래피 경향 등등 '배우론'에 가까운 질문을 비로소 던지고, 작품 외 모습은 맨 마지막으로 뺍니다. 사실 하이라이트는 독자들이 인터뷰 기사를 통해 감지하게 될 일종의 '배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다짜고짜 무거운 질문을 던질 수는 없잖아요. 기자랑 처음 보는 경우도 있는데^^;;; 대화를 하며 상대의 마음을 제 나름대로 열어보려고 노력하고, 흐름이 좀 왔다! 싶으면 이 인터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들을 하나씩 던집니다. 나름의 빌드업이랄까. 




제가 실제로 쓰는 질문지 노트와 녹음기.  A4에 인쇄해서 자르고 풀로 붙이고. 녹음기는 오류가 날 것에 대비해 반드시 2개 이상 돌립니다. 녹음기, 아이폰, 아이패드 등등.

(저는 손으로 무언가 끄적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 이게 편하더라고요. 인터뷰 직전에 뭔가 내용을 추가할 때나, 인터뷰 중간중간 이런저런 메모하기도 좋고. 아이패드를 늘 갖고 다니고 아이패드에도 인터뷰 질문지를 띄우지만, 역시 전 애플 펜슬보다 볼펜이 편한 옛날 사람..)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해도, 실전은 절대 제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인터뷰도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이기 때문에 저와 티티카카가 잘 되는 사람이 있고, 안 되는 분도 있죠.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도 내가 생각한 흐름대로 인터뷰가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자료 조사하고 파악한 것과 전혀 다른 사람일 경우에는 거의 비상사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게 되죠. 애초에 질문지를 2배 수로 뽑는 이유이기도 한데, 아, 이 흐름은 망했다 싶으면 재빠르게 다른 화젯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인터뷰는 인터뷰이와 기자 둘만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지 않습니다. 각사 홍보팀 직원들이 주변에 앉아서 대화를 듣습니다. 아주 솔직한 마음에는, 참관하는 관계자 분들이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T^T 인터뷰도 결국 일종의 대화인데 당연히 둘만 얘기하는 게 편하죠! 그런데 서로의 일이니까 이해하려고 합니다. 작품과 배우를 홍보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아야 그들의 일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편한 분위기 속에서 배우가 했던 말 중에서 기사에 나가면 곤란할 것들을 판단하기도 하고요. 작품의 스포일러라든지, 아직 도장을 찍지 않은 차기작 얘기 같은 것도 여기에 포함되겠죠. (웬만하면 제 선에서 알아서 거를 수 있지만...^^; 제발 저를 좀 믿어 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혹시 모를 가능성 때문에 옆에 앉아 계시는 거겠지요. 기자 일을 막 시작했을 땐 적응이 안 됐는데, 이젠 서로의 일이니까~ 하고 이해하고 있어요.)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나면, 녹취를 풀고 그 내용을 기사의 형태로 정리하게 됩니다. 매끄러운 흐름을 위해 대화 순서를 바꾸기도 하지요. 지면 인터뷰는 분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삭제되는 워딩도 있고요. 그렇게 잘라내는 분량이 아까워서 최근엔 온라인으로 full version 인터뷰를 송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패션지의 경우 메인 에디터가 자료 조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인턴들이 자료 조사를 대신하고, 이를 읽기 쉽게 하나의 파일로 정리해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저... 저는 한 번도 후배들에게 그런 일을 맡겨본 적이 없는데... 쌩으로 저 혼자 다 했는데 T^T 그러고 보니 저는 선배들의 녹취를 풀어본 적이 있는데 제 녹취를 누군가에게 맡긴 적도 없네요. 녹취는 언제나 제가 직접 풀었는데. 음, 뭐, 그러려니. 




감독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할까요? 당연히 그동안 연출했던 모든 작품을 봐야 합니다. 이미 봤어도 또 봐야 합니다. OTT가 활성화된 이후 전작 찾아보기가 수월해져서 어찌나 고맙던지.


영화지 인터뷰는 당연히 다 읽어야 하고요. <씨네21>을 포함해 그 감독의 작품에 대해 나왔던 평론도 다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질문에 녹여내는 건 아니고요. 대체로 어떤 평을 받았던 감독인지 먼저 알아야 저만의 질문도 짤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이의 인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에 가까워요. 좋은 이야기가 많이 오갔던 GV 영상이 남아 있다면 그것도 찾아보고, 어떤 강연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다면 그 녹취가 남아 있는지 꼭 서칭해 봅니다.


많은 기자/평론가들이 'OOO 월드'라며 특정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해 분석한 글들이 이미 넘치게 쏟아졌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제가 OOO 월드 운운하며 질문을 던지는 게 감독에게도 굉장히 식상한 질문이 될 수도 있어요. 심지어 과거 인터뷰에서 "OOO 월드 같은 건 없는데요? 그렇게 갇히는 건 좀..." 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겠죠. 오히려 당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이러한 해석들이 많았는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고 운을 띄우며 좀 다른 질문을 던지면 반색을 하는 인터뷰이도 있죠. 


배우 인터뷰와는 접근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애정을 갖고 보되, 냉정한 시각을 놓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나름 '날카로운 질문'도 질문지에 들어오게 됩니다. 꼭 필요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땐 나름 고도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가령 인터뷰 후반부쯤에 슬쩍 던진다거나, 그 앞에 밑밥을 잘 깔아서 빌드업을 공들여해 놓는다거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하다 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주변 분들에게 이런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 

"별점 낮게 준 감독 인터뷰 한 적 없나요? 서로 되게 민망하겠다." 


정말 다행히도 저는 별점을 너무 낮게 준 해당 작품으로 감독을 만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작을 낮게 준 케이스는 있었어요. 감독님 쪽에서 먼저 언급하지 않는 한 그 얘기가 나올 일은 없고, 딱히 꺼낼 이유도 없고^^;,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마무리됐습니다. 뭐, 이런 게 서로 프로답게 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자에게 무례하게 구는 인터뷰이는... 배우든 감독이든 웬만하면 없습니다. 당연하지 않을까요^^; 뒤에선 욕할 수 있어도 면전에선 그럴 수 없죠. 지금까지 일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지,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일을 아예 안 겪은 건 아니지만 정말 희박해요. 




그 외 제가 그동안 일하면서 쌓은 여러 인터뷰 스킬이 있지만, 나름 영업 비밀 아닌가 싶어서 다 공유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기왕 이 글을 시작했고 마무리하는 김에 몇 가지 언급하자면, 인터뷰하는 내내 인터뷰이의 눈을 꼭 쳐다보려고 합니다. 노트북 가져와서 실시간으로 녹취 푸는 기자들도 있지만, 저는 데일리로 바쁘게 마감해야 하는 영화제 데일리를 제외하면 녹음기만 켜놓습니다. "내가 당신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있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호감이 있고, 이 인터뷰를 잘 마치고 싶습니다." 라는 무언의 시그널이랄까. 그리고 상대가 배우든 감독이든 제작자든 스태프이든 똑같이 대해요. 상대도 저에게 집중을 해주는 게 느껴질 땐 진짜 고마워요. 어떻게든 인터뷰도 더 잘 정리해서 써주고 싶고, 주변에 미담도 좀 퍼뜨리고. ㅎㅎ 그리고 이건 정말 느낌적인 느낌이라 그 정도를 잘 잡는 게 중요한데! 제가 자료 조사를 성실하게 해왔다는 것을 어필하되 그걸 너무 과시하지는 않는 선에서 티를 조금씩 냅니다. 기자가 공부를 많이 해왔다는 걸 알고 나면 인터뷰 분위기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건 인터뷰를 준비할 때 저만의 의식 같은 것이기도 한데, 상대가 '내 인생의 영화'로 꼽았다는 작품을 인터뷰 전날 밤 감상할 때도 있어요. 그 작품이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힌트를 주기도 하거든요.




제가 그동안 진행했던 인터뷰 몇 개 올릴게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6850

저때 3시간 만에 품절이라는 기록을 세웠죠. 제가 최근에 진행한 인터뷰 중 가장 많은 독자가 읽은 기사가 아닐까 해서 제일 먼저 링크를 띄워 봅니다. 박보검 씨는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인터뷰이입니다. 기자의 말에 온전히 집중해주면서 단어 하나, 뉘앙스까지 섬세하게 듣고 곱씹으려고 하고, 기억 안 난다고 할 수 있는 질문도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스마트폰으로 검색까지 해가며 답하려고 노력하고.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성실할 수가 있는지. 그래서 주변에 1박 2일 동안 배우 칭찬하고 다녔습니다. :) 군입대 전 마지막 인터뷰가 될 수 있다는 말에(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고, 이 기사는 <서복>에 대한 유일한 인터뷰이기도 합니다.) 공익(?)을 위해서 진짜 잘해야겠구나... 너무 긴장이 돼서... 질문을 거의 40개 넘게 뽑아갔던 기억이 나네요. -_-;;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6839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6840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6841


길게 갔던 구교환 배우 기획입니다. '배우론'에 해당하는 전문도 길게, 본문 인터뷰도 길게 간 후, 함께 작업했던 이들의 코멘트를 따로 받아 마지막 꼭지를 구성했어요. 대중들에게는 <반도>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지만, 시네필들과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훨씬 이전부터 사랑받았기 때문에 이 배우에 대한 인물 피처가 생각보다 더 많이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예전 기사들과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랑 인터뷰로 세 번째 만남이었나 그랬는데, 어떤 스타일로 인터뷰를 하는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연기하는 영화인인지 어렴풋이 윤곽이 잡힌 상태에서 기획을 준비하니까 저도 더 영리하게(!) 질문지를 구성하고 실전에서 대처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편집 윤현영 님이 뽑은 제목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ㅋㅋㅋ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553

저는 여성 배우들의 인터뷰를 진행할 때 묘한 사명감 같은 것을 갖곤 합니다.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여성 배우들의 '배우론'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는데요. 특히 과소평가받고 있는 나이대가 80년대생 여성 배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인터뷰 준비도 더 공들여서 하고 싶고, 전문도 좀 더 신경 써서 내 나름 배우에 대한 인사이트 만들어서 녹여서 쓰고 싶고,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송지효 배우의 데뷔작이었던 <여고괴담 3>(2003)부터 그간 필모그래피를 다시 감상하면서, "이번 기사 진짜 잘 쓰고 싶다...!"는 의욕으로 불타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커버 촬영을 <런닝맨> 촬영 끝난 이후에 시작했기 때문에 인터뷰가 자정 넘어서 끝난 걸로 기억하는데요. 정말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사진과 동영상 촬영에 임하고, 피곤하실 것 같아 슬슬 마무리하고 마지막 질문을 하려고 하자 "인터뷰 더 길게 하면 안 되나요?" 하고 배우가 먼저 의욕을 보여줘서 되게 고마웠어요. 동석했던 홍보사에서도 "이런 배우가 또 어딨어요, 진짜" 라며 찐으로 감탄했던 시간. 송지효 최고~!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535

자료 조사를 성실하게 하면, 다른 데서 안 나온 얘기까지 들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또 하나의 사례였죠. 한소희 배우는 사람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덕분에 대화하면서 저까지 즐거워졌던 날이었어요. 속이 꽉 찬 내실 있는 배우라서 인터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 배우의 탄생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느낌. 다음에는 영화로 만나봤으면 좋겠어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7097

신인 배우의 경우, 필모그래피를 정주행 하며 이 사람의 작품 세계를 연구... 한다는 게 불가능하죠. ㅎㅎㅎ 그래서 독자들이 이 배우를 잘 모를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배우의 매력을 친절하게 소개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글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이 기사를 읽어 보시면 이지원 배우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예요! (그러길 바라며 썼습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3651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그래서 <엑시트> 자체에 집중해서 아주 세밀하게 질문을 던지려고 했어요. 그래서 극장에서 3번 봤습니다. 인터뷰 읽어 보시면 <엑시트>가 왜 잘 나왔는지 알 수 있으실 거예요. 감독이 정말 섬세하게 고민하고 오랫동안 고치고 고쳐서 탄생한, 좋은 상업영화.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4565

여러 분을 모시고 대담을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이땐 질문을 20개씩 뽑기보다는, 반드시 다뤄야 할 테마 중심으로 질문지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현장 분위기에 따라, 참석자들의 대화 흐름에 따라 제가 원래 생각했던 방향을 좀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도의 집중력, 순발력 같은 게 필요합니다. 링크는 2019년에 첫 상업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 세 분을 모시고 했던 대담 기사인데요. 제가 진행했지만 정말 내용이 좋습니다. 틈새 영업!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4673

이준동 대표님이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던 당시 진행한 인터뷰. 이창동 감독님 친동생인 거 다들 아시죠! 당시 예민한 이슈가 있었던 만큼 관련 질문을 어떻게 던져야 하나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대표님의 개인적인 술/안주 취향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보고 갔습니다. 이런 거, 일할 때 굉장히 중요합니다!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7567

이준익 감독님은 엄청난 달변가예요. 그래서 이준익 감독님과의 인터뷰는 짧든 길든 늘 재미있습니다. 감독님의 전작들을 훑다가 특히 최근작에서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그 테마에 맞춰 질문지를 구성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 보시면 제가 어떤 흐름을 잡고 인터뷰를 준비했는지 눈에 보이실 거예요.




저는 제 기사에 대한 반응을 열심히 찾아보는 스타일인데요^^; 가끔 그런 글을 볼 때도 있어요.

"기자가 덕후인 거 아님?ㅋㅋㅋㅋ 팬들만 알 내용도 너무 잘 아는데ㅋㅋㅋㅋ"

그럴 때 저는 조용히 "아니에요... 그냥 공부의 힘이에요...ㅠㅠ 누군가의 덕후였던 적이 너무 까마득하네요..." 라고 혼자 뇌까리지만 사실 저런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제가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한 것처럼 보였다는 거니까. 그런데 영화기자 업무에 대한 클래스를 몇 번 진행할 때, 인터뷰 준비가 사실상 덕질^^;이랑 비슷한 것 같다는 말을 가끔 들었습니다. 필모그래피 정주행하고 그간 인터뷰 다 찾아보는 거 그냥 일주일 단위로 대상을 옮겨가는 '덕질' 아니냐고. 제가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결과 내린 결론은! 다릅니다. 많이 다릅니다. 덕질은 애정이 먼저 생긴 후에 하는 거고, 인터뷰 준비는 호기심에서 출발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후 자연스레 애정을 갖게 되는 거죠. 그리고 마감을 하면서 그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그다음 대상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지만 기자로서 기본적인 냉정함을 잃으면 안 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객관성은 놓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인터뷰는 해도 해도 어려운 거 같아요. 내일모레면 저도 10년 차인데 아직도 긴장합니다. 고민도 많아지고요. "어떤 인터뷰가 좋은 인터뷰일까? 팬들이 읽고 좋다고 하는 인터뷰의 틀에 내가 너무 갇혀 있는 거 아닐까? 내 인터뷰를 읽고 이 사람이 비호감이 되면 안 되는데! 최대한 좋은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 라는 걱정이 오히려 인터뷰이의 매력을 좁게 만들 수 있는 거 아닐까?" 이런 고민도 최근에 하기 시작했어요. 아무쪼록 저와 인연을 맺었던 인터뷰이들이 저와의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남겼으면 좋겠어요. 기사를 읽은 분들은 그게 뭐가 됐든 하나씩 얻어가는 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자로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수업><스위트홈> 신인배우들, 기자의 선구안이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페이스북·트위터로 가입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