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저베이션
스웨덴에서 온 아나의 고향은 이란.
자비스와 내가 노는 것을 보고 묻는다.
너의 아이야?
아니, 나의 어린 친구야.
사려 깊은 아나의 얼굴에서 두고 온 친구들을 만난다.
먹고 싶은 게 언제나 확실한 1
옷장에 있을 만한 옷을 또 사는 2
치킨을 싫어하면서 같이 먹어주는 3
모르는 게 분명한데 안다고 우기는 4
술을 마시면 참지 못하고 춤추는 5
좋은 건 같이 보자며 약속 잡는 6
말수는 적은데 액션은 과감한 7
끊긴 듯 안 끊긴 연락을 이어가는 8
얼굴만 봐도 웃겨서 내가 죽어도 모를 9
여자의 언어로 10인분의 위안을 받는다.
먼저 위안을 건넨 그녀는 위안을 달라며
페르시아산 흑발을 쓸어 올리고
이마 아래 숨겼던 검은 눈동자를 드러낸다.
모성애와 자기애가 마주친 곳,
지도에도 없는 그 어디쯤에서
잉태를 씹고 씹어서 꿀떡 삼키며
지도 밖으로 사막과 물 위를 걸어
페르시아와 아시아, 유럽과 남아메리카의 교차로에 솟은
시원한 야자나무 그림자를 찾아 가만히 누운
이제는 홀몸인 여자의 눈동자.
먼 곳에서 온 자들만
먼 곳으로 갈 수 있는 눈을 가졌다.
떠나온 여자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