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있다
보내드린 사진 속의 내가 웃고 있다고
내가 한 번도 울지 않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요.
여행을 하다 보면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이유 모를 슬픔이 솟을 때가 종종 있지요.
그래도 웃어요.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가면 되고
한 가지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답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어제의 눈물을 잊고
오늘 이렇게 웃고.
그러다 문득.
정답을 강요하는 세상이 싫어 떠나왔는데
과연 정답 없이 내가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요.
수십 년 동안 배워 머리에 봉인된 주문이
부시맨을 닮은 나의 섬 남자를 버리라 말해요.
그것도 모르고 그의 등은 햇볕으로 반짝.
노를 저어 바다로 저 바다로
등근육이 파도처럼 넘실넘실.
노랗게 타버린 머리카락이 끊어지며 말해요,
근사해지려면 근사한 옷을 입어라.
반짝거리려면 좋은 집에 살아라.
이렇게 되면 오답인 줄 알았던 그 답이 정답인데,
그건 너무하잖아요.
차원이 다른 세계, 여길 내가 어떻게 넘어왔게요.
그러니 부탁해요.
섬에서 저를 보면 바다사자보다 거칠게 말해줘요.
내가 새까맣게 틀린거라고.
그 세계야말로 꿈이니 깨버리라고.
그에게 전해주세요.
저는 오답을 버리러 갔다고.
화난 등근육이 닫히기 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저에게서 이 섬 남자를 구해주세요.
그렇게 오답을 피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