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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진 Jan 22. 2016

싱글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싱글맨 (2009)

*결말 포함*


싱글맨. 싱글맨은 독신 남성을 가리킨다. 조지(콜린 퍼스)는 갑작스레 오랜 연인이었던 짐(매튜 구드)을 사고로 잃고 혼자 남겨진 사람이다. 그러나 남들에게 공개할 수 없는 동성의 연인이었기에 그는 본래부터 싱글맨이기도 했다.


그는 싱글이기 이전에 외로운 사람이다. 그를 외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학 교수인 그는 강의시간에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극 중 미국은 냉전 시기의 최고조 상태이며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동료 교수 그렌의 방공호가 그런 두려움의 산물이다. 그렇게 막연한 두려움에 가득 찬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지는 외롭다. 드러나지 않는 존재라서 더욱 두려움과 위협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 그는 수업 중에 이를 언급하며 같은 성적 소수자로 짐작되는 학생과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는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세상과의 소통에서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이웃집 남자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를 혐오하며, 죽은 애인의 부모는 아들의 비보조차도 그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다. 가장 친한 친구로 남은 찰리(줄리안 무어)와의 대화 밑바닥에서도, 미처 해갈되지 않은 것들이 작은 돌멩이가 되어 그의 가슴을 두들긴다.


케니(니콜라스 홀트)가 수업시간에 조지와 그 학생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 바다에서 함께 수영을 하고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된 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We're invisible)”이니 괜찮다고 하는 것은 그 또한 조지와 같은 소수자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20대의 열기를 품은 케니가 조지에게 토로하는 외로움은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인간 존재 본연의 외로움, 모두 육신이라는 껍데기에 갇힌 채 서로에 대한 완전한 인식과 이해란 불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에서 비롯한다.


등장하는 인물들, 조지, 케니 그리고 찰리 모두는 어찌 보면 짝이 없는 사람으로서의 싱글일 뿐만 아니라 점(點)적 존재로서의 싱글맨이다. 그들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한 쓰디쓴 외로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의 말처럼, “드물지만 진실로 다른 사람과 교감하는 순간”만이 날 때부터 혼자였던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잊어버리게 한다. 조지는 그것을 상실했고, 케니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찰리는 어쩌면 일생에 한 번도 겪지 못 했다. 그 점적 존재들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의 특별함을 가리키기 위하여, 화면은 조지 일생의 마지막 하루 동안 그렇게 다른 존재들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만 꽃이 피는 듯 강렬한 채도로 타오르고 다시 잿빛이 되기를 반복한다.


감상 없는 세상이라면 살고 싶지 않다는 조지처럼 영화는 그 모든 처연함과 짙은 외로움을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감상적으로 표현하고, 때때로 조지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극의 결말, 조지가 총을 숨긴 케니를 보며 자살할 결심을 접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연 찾아온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무상함이라기보다는 삶의 두려움 그리고 교감의 상실으로부터의 영원한 해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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