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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진 Jun 29. 2024

단순한 삶

회사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 부분을 찾자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정에서 오는 안정감인 것 같다. 평일은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의 절반을 직장 생활에 쏟기 때문이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대부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루의 절반을 박탈당하는 것은 기묘한 안도감을 준다. 일단 그 시간만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충실하고 쓸모 있게 보내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은 상황에 따라서 게으르게, 아니면 열정적으로 보내기로 스스로와 협상할 수 있다. 삶이 단순해진다.


퇴근 후의 삶에 대한 열정은, 순전히 남는 에너지 안에서의 열정이다. 무얼 하든 적당히 해야 한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니까.


회사 밖에서의 시간이 안에서의 시간보다 더 소중함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는 어쩐지 회사 안에서의 시간을 잘 보내는데 두게 된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깊게 고민해 본 적 없는데, 아마도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힘든 일에 더 넉넉한 기력을 안배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가 왜 이제 왔냐고 칭얼대는데, 어쩔 수 없어, 누나 돈 벌어야 해, 라며 변명한다. 사실은 돈이 있더라도 나가서 또 무언가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자처할 것 같다. 적당한 시간과 열정을 맞바꿀 일이, 그리고 나를 바깥으로 향하게 해줄 일이 필요하다.


그렇게 요즘은 매일 약간의 시간을 헌납하고, 마치 주어진 적 없었던 것처럼 남은 시간을 만끽하며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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