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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Aug 24. 2016

이문동 뉴커머를 위한 따뜻한 만두 맛집

애정으로 꽉 찬 만두 먹어볼래?

이모님의 만두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잊게 해주니까


누구나 낯선 지역에 정착하려 할 때, 혹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혼자 생활을 하면서 배는 고픈데 돈은 없을 때, 외로움서러움이 마음속에서 조용히 찰박이는 순간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문동에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경희대학교,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위치해 있어서 자취를 하는 학생들처럼 ‘잠시 살다 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으며, 20대 청춘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문동에서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따금 ‘누군가’가 된다.


시험기간에 밤새 공부하는데, 돈이 부족해 물만 마시며 공부를 할 때. 낯선 공간에서 엄마의 따뜻한 밥이 그립지만 집이 너무 멀어 돌아가지 못하고, 쓸쓸히 혼자 지낼 때.


이러한 외로움이 스밀 때,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에 다니며, 매일 똑같이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고, 하루하루를 각박하게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는 따뜻함애정이 그립다. 그리고 마음도 배도 고프다.

이문동에서 그 애정의 닻을 내릴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지금부터 3년차 이무너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가 이문동 뉴커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밤늦은 시각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길이었다. 엄마한테 밥 잘 챙겨먹고 있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사실 배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린다. 지갑을 열어 보니 천 원짜리 한 장과 동전 몇 개가 전부.


돈이 없으면 슬프다. 자취하면 서럽다. 돈이 없는 자취생은...(눈물).. 그렇게 늦은 밤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 힘없이 걷다가 내가 발견했던 장소는 바로 “귀일만두”



외대역 앞 단 30초, 외대 정문에서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높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만 그만큼 ‘일상적으로’ 지나치게 되는 곳. 문도 작고 요란한 입간판도 없어서, 그래서 그 자리에 멈춰야만 보이는 곳이다.


문득, 황현산의 『어디에나 사람이 있다』라는 산문집 중 “저 이상한 우주선 안에도 사람이 있고, 사람의 정이 있고, 사람의 슬픔이 있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이를 “저 허름한 만두집 안에도, 사람이 있고, 사람의 정이 있고, 사람의 슬픔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조금 바꿔 보았다. 좁은 문을 통과해 들어간 작은 가게 안에는 정말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이모님이, 혼자 또는 둘이서 온 학생들이,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우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만두가 한판에 1500원이라니!! 기쁜 마음으로 고기만두 하나를 시켰다. 모든 메뉴가 1500원에서 3500원까지다. 배고프고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이곳은 천국이 아닐까.  



맛있는 만두와 싼 가격에 그 이후로도 자주 찾아가게 된 귀일만두. 이곳은 이곳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다. 바로 가방을 뒤에다 놓고 식사를 하는 것. 그리고 이모님이 놓아주시는 음식 그릇을 옮기지 말고 먹을 것. 이는 가게의 자리가 좁기 때문이다. 이모님은 항상 가방을 뒤에 놓으라고 하시고, 김치와 단무지, 물을 직접 떠다주신다. 맛있게 만두를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미소를 지으시며 내가 몇 학년인지, 학교는 어땠는지, 방학은 언제 하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신다.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이야기 나누는 걸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귀일만두 이모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름은 왜 귀일만두인지, 이모님은 몇 년째 여기서 만두를 만들고 계신지, 가격은 왜 이렇게 싼지, 쉬는 날은 없으신지, 나도 귀일만두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우선 귀일만두란 ‘귀한 정성, 세계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모님이 만두를 직접 밤새워 만드신다고 하는데, 이러한 귀한 정성이 담긴 만두와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장사를 시작 한 지는 7년. 재료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만두와 냉면 가격은 7년 전 그대로이다. 학생들을 생각하니 쉽게 가격을 올릴 수가 없어서 7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고 하신다. 이모님의 소박함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가게는 항상 늦게까지 연다. 보통 밤 12시~1시 정도 까지 장사를 하시는데, 왜 이렇게 늦게까지 하시냐고 물으니, “늦게 배고파서 오는데 어떻게 가라고 해, 다 내 자식 같은데”라고 대답을 하셨다. 고향이 전라도 담양이셔서 그런지, 말투는 팍팍하시지만,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가게 운영 중에도 손님이 카드를 두고 가면 은행에 뛰어가 직접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음식을 시키면 항상 더 많이 주려고 하신단다. 이모님의 손님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모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자연스레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따뜻한 만두 한판과 이모님의 세심한 배려가 어느 새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준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가게의 온기는 만두 찜기에서 나오는 증기 때문만은 아닌가 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 뿐 만이 아니었다. 내가 받은 따스함을 나누고 싶어 한국외대 대나무 숲 페이스 북 페이지에 귀일만두에 대해서 제보를 한 적이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도 이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좋아요’가 166개, 댓글이 58개. 요즘 대숲이 많이 잠잠해졌는데 댓글이 60개에 다다른다니! 저 정도 댓글만 보아도 다들 정말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취생활의 유일한 친구이고, 친구들과 자주 가던 아지트였고, 포장해 가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는 장소...


몇몇 친구들에게는 귀일만두에 대해서 직접 물어보기도 하였다.


귀일만두를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니?


홍승재 학생: 이모님께서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셔요. 가면 물도 떠주시고 가방은 어디에 놓는 게 편하고, 뭐가 맛있고, 그릇은 이렇게 놓아야 편히 먹는다. 이런 얘기를 계속 해 주세요. 시험기간이면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 주시고.. 분실물도 항상 잘 챙겨주세요.



한유희 학생: 저 번에 이문동 친구들과 세 명이 가서 만두 두 판, 냉면 하나를 시켰는데, 이모님께서 냉면에 계란을 3개나 넣어주셨더라고요. 저는 그런 사소한 것에서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모님의 사랑과 넉넉한 인심 덕에 또 가고 싶어진다니까요! 


이렇게 대나무 숲 댓글과, 학생들의 인터뷰에서 본 것처럼 ‘귀일만두’는 학우들에게 소박한 음식이지만 배부르게, 마음은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귀가하여 힘들고 지치고 배고플 때, 돈이 없어 끼니가 걱정 될 때, 각박한 세상 속에서 드는 소외감으로 사람의 정이 그리울 때, 이문동에 대한 정을 붙이고 ‘애정의 닻’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곳.



이곳이 나중에 외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말고도 다른 학생들도, 내 후배들도 저렴한 가격에 배부르게, 그리고 마음도 따뜻하게 식사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모님이 오래오래 운영을 하셨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의 소중한 기억들이 묻어있던 음식점들이 다 화장품 가게, 편의점, 등으로 바뀐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최근 들어 이문동에도 프랜차이즈 식당이 많이 들어서고, 세련되진 않지만 이문동만의 색채가 묻어있던 오래된 밥집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학우들과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지속된다면, 이모님의 만두집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래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주머니와 마음이 조금은 서글플 때, 학우들과 이문동 주민들이 이모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만두를 오래오래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정과 사람의 온기, 그리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작고 소박한 귀일만두에서, 이문동에 처음 발을 내딛는 뉴커머들도 더 빨리, 더 쉽게 이문동에 정을 붙일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305-138(외대 앞역 30초, 외대 정문2분)




ⓒ 한유희 원다솜 이민영 이정현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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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동 문화지도 : http://alertsky3.wixsite.com/i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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