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온기가 머무는 독구말의 벽을 따라 걷다.
개가 많았던 마을
도꼬마리풀이 많았던 마을
도끼질로 판자촌을 깨서 장작으로 썼다고 하는 마을
아이들이 죽으면 독에 넣어서 묻었던 터였다는 마을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독구말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독구말은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문동의 다른 골목들과는 다르게 독구말의 시간은 멈춰있는 듯 하다.
오래된 건물들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간판들, 편의점 보다 슈퍼마켓이 많은 독구말.
다양한 시간의 흔저ㄱ들 중에서도 이곳의 벽은 나이테처럼 독구말의 기억을 담아가고 있다.
독구말에 들어서면 보이는 오래된 풍경
잿빛으로 바랜 벽
벽에 붙은 오래된 포스터의 흔적
희미하게 보이는 뉴타운이라는 글씨
이문동은 2000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의 반대로 재개발은 늦춰지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점들은 하나 둘 떠나갔으며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재개발 때문에 건물과 시설을 고치거나 새로 짓지 않아서 동네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구말 상가공동체는 독구말 지역을 살리기 위한 '이문동 상가마을 활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벼룩시장과 예술공연, 지역 환경정화 행사가 진행된 독구말 축제와 독구말 상가 이야기지도를 만드는 사업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독구말 곳곳의 벽에는 아티스트, 대학생 그리고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다양한 벽화가 그려졌다.
주차장 벽 이외에도 독구말 거리의 곳곳의 가게의 셔터엔 가게의 특색을 보여주는 다양한 별별이를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가게의 셔터
우리동네 아이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별별이는 독구말의 침체된 분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이문동 주민인 허영윤씨가 직접 제작하였다.
"2012년 이문동에 우연히 이사오면서 놀이터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고 그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동네 아이들을 웃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재개발지역에 속할 만큼 다소 환경이 낙후되었고벽화를 그리면 환경이 개선될 것이고, 그러면 아이들이 더 많이 밝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건 제가 그린거예요!
독구말의 벽을 따라 걸으면 잘 그려진 벽화들 외에도 다소 서툰 솜씨로 그려나간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조그만 손으로 어른들의 벽화를 따라 그리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벽에 새겨진 아이들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독구말길의 끝과 함께 작은 놀이터가 나온다. 독구말의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이곳 한견에는 놀이터의 모습과 닮은 아기자기한 컨테이너 박스가 나온다.
이곳의 정체는 놀이터 도서관이다. 2013년도 독구말 부흥사업의 일환으로 방범초소로 사용되던 컨테이너를 지역주민, 아티스트 그리고 독구말의 아이들이 함께 변화시킨 공간이다.
벽은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는 독구말 거리를 벽을 따라 걸으며 뉴타운으로 논쟁했던 수년간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고, 이 거리를 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게 될지도 모를 어린아이들의 낙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갑고 단절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던 벽에도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벽에 귀를 기울여 본다면 벽은 우리에게 다양한 이야기들로 다가올 것이다.
ⓒ 송준혁, 조원근, 이민지, 엄준호, 이성근
이문동 문화지도 : http://alertsky3.wixsite.com/i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