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서정범 교수님을 회고하며

미투운동의 그늘

by 이상민 NIRVANA

안타깝게도 고인과의 인연은 그다지 깊진 않다.
우연히 사석에서 술자리를 한번 가진 것, 그리고 새벽에 산책하시는 모습을 뵌 게 전부다.
그럼에도 내 글쓰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분들 중 한 분이다.
어릴 때부터 고인의 저서들을 탐독했고, 무속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어진 것도 모두 교수님의 영향을 받아서다.
그런데 교수님의 마지막은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참담하셨다.
여성 무속인의 악의적인 허위 고소로 명예는 실추되었고, 거기에 부화뇌동한 경희대 여성총학생회는 교수님을 위선의 가면을 쓴 추악한 노인으로 매도했다.
결국 무고로 밝혀졌지만 한번 나락으로 떨어진 교수님의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심지어 목소리를 높이며 교수님의 퇴출을 주도한 여성총학생회는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변명은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추악함 그 자체였다.

"이번 사건은 권모 무속인의 무고죄로 밝혀졌으나 세상에는 원래 여성피해자들이 더 억울하게 내몰리고 있으니 사과 못하겠다."

이것이 그들이 홈페이지에 변명이라고 올린 글의 일부다. 이해가 되는가? 교수님이 무고하다는 것은 무고한 것이고 어찌되었든 우리는 정의사회 구현에 목소리를 높였으므로 사과할 이유가 없다? 이게 그들의 논리다.
이번 미투 운동을 지켜보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이 서 교수님의 사례처럼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었다. 아직 팩트라고 밝혀지진 않았으나, 배우 곽도원 씨가 비슷한 예일 수 있다. 본래 미투 운동은 피해자가 당당히 신분을 밝히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죄인을 단죄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투 운동은 조금 다르다. 익명으로, 이러이러했다, 라며 특정인을 저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조짐도 보이고 있고.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그런 이들의 그릇된 제스처로 이제 막 시작한 사회 자정운동이 흐지부지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참 안타깝다.

이런 문제들로 미투 운동이 여기서 멈추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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