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늑대는 사람이고 싶었을까?

영화 <인랑> 리뷰

올여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인랑>이 개봉했다.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인 <인랑>은 캐스팅부터 화제를 몰고 왔다.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김무열, 한예리.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출여하는 이 영화는 원작 팬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랜 준비기간에 걸쳐 산고를 거쳐 극장에 걸린 실사판 영화 <인랑>은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끌어낼까.

원작과는 다르게 도입부는 정우성의 내래이션을 통해 통일 정부를 준비하는 근미래의 한국을 설명한다. 다소 긴 배경설명이 마치면 곧바로 광화문 시위 장면으로 이어진다. 원작하고 다른 듯 같은 전개로 흥미롭게 진행되는 시위 장면과 하수구 총격씬은 영화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었다. 원작의 강화복을 충실히 구현한 탓에, 시각적 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꽤 충실한 원작의 재현은 거기까지였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였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결이 다른 이야기로 전개하며 서서히 원작하고의 간극을 벌이더니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에 보다 집중하는데, 경우에 따라선 호불호가 갈리겠단 인상을 받았다.

 

한예리라는 걸출한 배우를 다소 소모적인 캐릭터로 낭비한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굳이 그의 배역이 영화에서 필요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도 약하고 설득력도 부족했다. 한예리 배우가 GV에 참석했다면 자신의 배역에 대한 만족도를 꼭 물어보고 싶었을 정도. 그의 퇴장은 너무나 빠하게 이뤄졌고, 중견배우 허준호의 존재감도 조금 신경을 쓴 데코레이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영화는 통일을 환영하지 않는 공안부와 특기대의 권력암투을 그리고 있지만 참으로 애석하게도 두 거대 기관의 경쟁 구도에서 오는 긴장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대척점에 있어야할 김무열의 악역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의 클라이막스까지 강동원이 분한 임준경을 몰아붙이는 김무열은 시종 악을 쓰고 고함을 질러대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나 위기감은 사실 별로 없다.

하지만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원작하고는 너무나 다른 결말이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몇 번을 곱씹어도 감독의 선택이 그리 와 닿지가 않는다. 원작을 각색하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원작의 팬덤을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우에 따라선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들의 불호는 흥행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흥행 성패는 그런 원작 팬덤의 저항을 얼마나 극복하는 데 달리지 않았나 싶다. "내가 기억하는, 좋아하던 인랑은 이렇지 않아!" 라고 불만을 토로할 원작의 팬덤이 상당수 있을 것이고 분명히 그로 인해 진통을 겪게 될 것이다. 더욱이 같은 날, 허리우드의 인기 시리즈인 '미션 임파서블'이 개봉한다. 매치업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스코어를 낼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

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영화임에도 선뜻 엄지를 치켜세울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너무나 뚜렷한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말이 두고두고 아쉬운 것도 사실이고.

참, 궁금하다.

정말로, 철저하게 병기로 만들어진 '인간 늑대'는 그 견고한 갑옷을 벗고 '인간'이길 바랐을까? 장진태의 마지막 결정도 영화 내내 보여주었던 그의 캐릭터에 반(反)하는 것이라 설득력이 부족해보인다. 임준경보다도 더 철두철미한 원칙론자요, 전체주의자인 그가 아니던가?

개인적으로는 선전을 바라고 한국 영화도 이런 장르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싶지만, 그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