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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민 NIRVANA Feb 27. 2019

이미지를 좇다가 서사를 놓치다

영화 <사바하>에 대한 아쉬움

사바하에 대한 아쉬움:

결국 궁금해했던 영화 ‘사바하’를 관람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배급사에서 왜 ‘오컬트 호러’라고 홍보를 했는지 의문이다. 이 영화는 호러도 아니고 오컬트적인 요소도 거의 없다. 차라리 미스터리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종교 영화라고 느꼈다.

‘사바하’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엑소시스트를 본격적으로 다룬 ‘검은 사제들’ 장제현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단편으로 먼저 제작한 ‘12번째 부제’를 보고 이 감독에게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아, 국내에도 드디어 오컬트를 제대로 이야기할 줄 아는 감독이 탄생했구나!" 기뻤다. 그래서 그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성공적인 장편 데뷔를 치른 장제현 감독은 두 번째 작품 ‘사바하’를 들고 나왔다.
이단종교를 추적하는 목사의 이야기. 일단 로그라인이 맘에 들었다. 게다가 최근에 재평가 받고 있는 이정재가 그 역할을 맡았고 젊은 배우 중에서는 독특한 행보를 하고 있는 박정민도 출연한다고 해서 기대감은 커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는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도 아니다. 재미? 전작보다 재미도 덜 했다. 도입부에 올려놓은 텐션도 중반까지도 유지하지 못하고 갑자기 컴다운 되면서 몰입을 방해했다.



영화에서 박 목사의 대사에 나오듯 이 나라는 아직도 매년 신흥 종교가 어마어마하게 나타나고 피해자도 수만에 이른다. 대도시 발전에 밀려 지방이 공동화되면서 신흥종교들, 특히 사이비종교는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고 고립된 곳에서 새로이 활력을 얻어 뿌리를 내렸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라, 나도 한때 취재도 많이 하고 탐구했던 적도 있는데 정말 상식을 넘어서는 행태가 비일비재하다. 재미있는 것은 내 경험을 비추어 보면 고학력 엘리트들이 오히려 더 신흥종교에 정신줄을 놓는다. 어쨌거나.




‘사바하’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과거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흥행하고 나자 이후에 제작된 공포영화들이 너도 나도 때깔에만 치중하다가 서사를 놓치면서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 공포영화는 아주 기나긴 암흑기를 거쳤고, 다행히 최근에 숨바꼭질이나 곤지암 같은 영화들이 나오면서 간신히 호흡기를 떼는 신세를 면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호러 영화도 아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미스터리의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소재나 인물 배치도 갖추고 있고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비교적 명확했다. 갖출 건 다 가줬는데 그 연결이 느슨했다. 동력을 잃고 소비되는 캐릭터들도 많고, 중반에 그 ‘배우’가 등장하면서 긴장도 확 떨어졌다. 이미 그때부터 반전은 빤히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차라리 이 이야기를 소설로 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밀도 있는 서사로 풀어야 제대로 힘을 받는다. 그래서 참 아쉽다. 근사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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