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by 임월

그들은 자주 멍해졌다.

입을 닫은 게 아니라, 생각이 멈춘 얼굴로 보였다.

대화를 나누다 말고 창밖 어디를 오래 바라보다가,

들었던 잔을 다시 내려놓곤 했다.


말을 꺼내려다 삼키는 순간도 많았다.

감추려는 게 아니라,

말해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몸짓이었다.


누구는 같은 노래를 되감아 들었고

누구는 식은 커피를 끝까지 마셨다.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그 까닭을 아무도 묻지 않았다.

서로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어떤 날은

혼자 앉아 있는 사람 곁에

누군가 말없이 의자를 끌어다 두기도 했다.

도와주겠다는 뜻도,

말을 건네겠다는 마음도 아니었지만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눈이 마주치면 웃었고

웃음 뒤에는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어떤 기색은 흩어지지 않고 머물렀다.


불안한 어투로 농담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오래 뜸 들이다가

아냐, 됐어. 하고 멈추는 사람도 있었다.

다 알아채고도 모른 체하는 일,

어느새 그들 사이에서 약속처럼 남았다.


무언가 잘하고 싶다는 말보다

오늘을 간신히 넘겼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소중한 것을 잃은 얼굴처럼 보였지만,

실은 너무 오래 버텨 더는 내보일 게 없는 표정.

나는 그런 얼굴을 자주 보았다.


그런 날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또 와서

그들은 여전히 기울면서도

제자리에 오래 눌러앉아 있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작 본인들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가끔은 그걸

다정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