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by 임월

바다.


창밖의 바다. 창밖의 바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바다. 바다는 깊고 푸르다. 새벽이 묻어나는 색이다. 하늘 역시 깊고 푸르지만, 바다보다는 밝다. 수평선 저편, 아직은 한참 아래 태양이 잠겨 있을 것이다.


”바다는 저 너머에 있어.“


바다.


바닷소리가 들리는 바다. 바다 냄새가 밀려드는 바닷가의 바다. 바다는 잿빛이다. 흐릿한 안개에 가려져 있다. 하늘은 무거운데 비는 오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젖는 것도 아니다. 공기 중의 미세한 물방울이 피부에 닿는 느낌. 어쩐지 따끔하다.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안개가 사물에 부딪히는 소리일까. 안개에 젖은 사물들이 내는 소리일까. 아니면 기체와 액체 사이 어딘가에 있는 H₂O의 소리.


바다.


창밖의 바다. 창밖의 바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바다. 바다와 하늘이 새벽빛에 물들어 있다. 건물들이 가로막은 진짜 바다도 지금쯤은 저런 빛일지 모른다. 휴대전화가 알려주는 시각은, 에오스가 지날 어느 시. 나무 궤짝 위의 시계 인형은 30분이 느리다. 바늘을 돌려 시간을 맞출까 하다가, 그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