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by 임월




스물의 거리를 다시 밟는다. 반스 스웨이드 앞코에 먼지가 묻어난다. 그때 들리던 드럼, 이름 모를 라이브클럽 지하의 습기, 이십 년은 된 듯한 닳아빠진 데님을 입은—늙은 사장의 맥주병을 따던 손목이 떠오른다. 사라졌을 줄 알았던 것들이 남아 있고, 남아 있으리라 여겼던 것들이 비어 있다. 그 틈새로 겨울이 기웃거린다.


골목 모퉁이의 낡은 간판은 아직 남아 있다. 페인트가 벗겨진 글씨를 누가 덧그렸는지 획이 삐뚤어져 있다. 스무 살 겨울, 나는 이 간판 아래서 친구를 기다렸다. 담배를 피우다 말고 발로 눈을 문질렀다. 그때 본 것들—가로등 불빛에 번지던 입김, 골목 안쪽에서 새어 나오던 베이스 소리, 누군가 열어둔 창 너머 빔 프로젝터 화면—이 다시 여기 있다. 달라진 건 나보다 곱절은 자란 가로수와, 그 아래 쌓인 낙엽의 두께뿐이다.


라이브클럽은 문을 닫았다. 입구에 붙어 있던 공연 포스터 자리엔 부동산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었다가 바람에 떨어져 나갔다. 유리문 안쪽, 어둠 속에 의자 몇 개가 겹쳐져 있다. 그때 무대 위에서 기타를 치던 남자의 얼굴. 그는 노래를 부르다 말고 웃었다. 관객은 다섯 명뿐이었지.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엉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찢을 듯 터져 나왔지만, 우리는 귀를 막지 않았다.


나는 몰랐다. 축축한 지하 속에서 맥주를 들이켜던 순간이, 케이블에 걸려 넘어지며 서로 웃던 순간이, 한참 전에 막차가 끊긴 골목을 나서며 건넸던 말—다음 주에 또 오자—들이 아름다움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그 안에 잠겨 있었을 뿐이다. 찾으려 하지도,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지금도 여기 있다. 분명 함께 있다. 나는 언제나 아름다움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