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상수동 제비다방의 1층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다. 복학생 특유의 붕 뜬 마음과 한창 좋아하던 후배를 향한 긴장감이 뒤섞여 발끝이 간지럽던 저녁이었다. 우리는 바닥에 뚫린 네모난 구멍 너머로 지하 무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좁은 틈을 타고 올라오는 희미한 조명과 이름 모를 인디 밴드의 기타 소리가 우리 사이의 성긴 공기를 메워주던 시간.
문득 이 공간의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도 시인 이상이 종로에 차렸던 '다방 제비'에서 이름을 따왔을 것이다. 이상의 제비는 폐업한 지 오래지만, 어떤 의미에서 그곳은 영영 문을 닫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80년 전 이상의 식탁에 모였던 예술가들의 서글픈 낭만이나, 지금 내 앞에 앉아 진토닉을 홀짝이는 후배의 얼굴에 어린 청춘의 빛이나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 시대를 막론하고 갈 곳 없는 마음들이 모여드는 곳은 늘 '제비'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곁에 남는 모양이다.
공연이 끝나고 악기를 정리하는 부스럭거림이 들려올 즈음, 우리는 식어버린 진토닉을 홀짝였다. 잔 속의 얼음이 부딪히며 내는 경쾌하고도 서늘한 소리를 듣다가, 나는 빈 잔을 흔들며 슬쩍 물었다.
"우리, 10년 뒤에는 뭐 하고 있을까?"
그녀는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10년? 아, 그때면 몇 살이야... 서른도 넘겠네. 아으, 징그러워."
그녀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 작게 몸서리치더니, 곧장 진토닉 한 잔을 더 주문했다. 들이킨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영원히 오지 않을 먼 미래 이야기 같아서였을까. 그녀는 코끝을 찡긋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10년 뒤의 자신은 지금의 우리와는 전혀 다른, 아주 어른스럽고도 낯선 존재가 되어 있을 거라 믿는 눈치였다. 그 웃음소리에 섞여 10년이라는 세월은 농담으로 휘발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그 가벼운 농담을 삼키지 못했다. 그녀가 주문한 새 술잔에 맺히는 이슬을 보며, 나는 10년 뒤에도 여전히 이 좁은 다방의 공기와 그녀의 웃음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그때의 이상이 그랬듯, 나 역시 닿을 수 없는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서글픈 확실함에 박제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맞다. 참 징그러운 나이다.
지금까지 그날을 떠올리는 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