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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ug 11. 2020

책이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나누는 길

정여울 < 공부할 권리>

삶에 생기가 떨어져 간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은 '동경하는 것들'이 사라져 갈 때입니다. 동경은 그 대상이 멀리 있을수록, 다가갈 수 없을수록 깊고 짙어지지요. 동경은 질투와 달리 그 대상이 계속 아름다웠으면, 계속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이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질투가 대상을 향한 경쟁심과 파괴 욕구를 자극한다/면, 동경은 반대로 그 대상의 불멸을 꿈꿉니다. 내가 동경하는 그 사람과 그 장소와 그 작품이 언제나 그 느낌 그대로이길 갈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칠 때마다 '동경하는 것들의 목록'을 헤아려 보곤 합니다.



- 정여울 <공부할 권리> 117p



1년 만에 또 펼쳐든 책이다.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어 다시 읽고 있는데, 책 모임을 염두에 두고 이성적인 독서를 해야 함에도 자꾸 나는 책에 그대로 빠져들고 만다. 여전히 그녀의 글은 흡입력 있게 잘 쓰였고 어렵게 여겨지는 책 조차도 읽어보고 싶게 한다. 다만 다른 것은 1년 전에 가졌던 내가 읽어볼 수 있을까 싶었던 책 속의 저서들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얇아졌다는 거다. 기꺼이 읽어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읽고 난 후 그녀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질지도 모를 내 생각들도 받아들일 용기로 무장한 체 말이다.



내가 강하게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이 책에 발을 들이면 편안하게 그녀의 감정에 스며들게 될 거다. 그녀가 내비치는 솔직한 감정들에 말이다. 완벽하거나 예리한 비평가로서의 정여울보다 '나처럼' 책을 읽고 감화하는 모습의 독자로서의 그녀 모습도 발견한다.



박완서 선생님의 '동경하는 문학'을 향한 사랑이 그녀 자신을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모습을 말하며 그녀 역시 동경하는 것들을 찾아본다고 한다. 질투에 반하는 동경의 모습은 그 대상을 향한 경외심 그 자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동경하는 것들'은 지나간 '감정의 편린'들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노트 한 페이지 가득, '동경하는 것들'을 새겨 본다. 장소, 사람.. 수많은 이야기가 거품처럼 부풀었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또렷해지기도 한다.



오늘은 '동경'이라는 한 단어로도 충분히 나의 시간이 채워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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