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반짝이는 달력모임
“반짝이들, 참 예쁘다.”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는 화면 너머 이화정 선생님의 목소리로 모임이 시작된다. 우리는 한 달 동안 1권의 시집으로 마음 모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흘러가던 일상을 붙잡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하는 시간을 붙잡았다.
한 달의 시간 속에서 나는 매미 소리, 풀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푸른 나무들이 그려내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화를 가만히 응시했다. 화면에 담던 그 모습을 아이도 함께 바라보았다. 8년 동안 매일 지나오던 거리는 1분 1초도 같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익숙함은 나의 눈에 희미하게 보이는 안경을 씌워주곤 했었다. 이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 익숙한 거리를 편한 숨으로 다닐 수 없게 되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이제야 이 곳을 애정으로 품어주고 싶어졌다.
열두 개의 시화집 중 8월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을 만났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과 윤동주, 백석 등의 한국 시인들과 마쓰오 뱌쇼를 비롯한 일본 시인들의 시를 함께 만났다. 강한 색감과 나에겐 낯선 그림들로 느껴져 ‘애정’보다는 ‘천재’를 바라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화가였다. 하지만 시집 속에 시들과 함께 어울러 진 그의 그림들은 경계선을 허물어 색감이 분명하지 않게 하기도 하였다.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여러 번 되돌아가서 그림들을 다시 만났다.
산 그림자는 집과 집을 덮고
풀밭에는 이슬 기운이 난다
질동이를 이고 물짓는 처녀는
걸음걸음 넘치는 물에 귀밑을 적신다.
한용운 <산촌의 여름 저녁> 중에서
가장 나의 시선과 마음을 잡아끄는 페이지였다. 이 시와 그림덕분에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마음을 푹 놓고 여행을 다녀왔다. 충분하다.
수없이 반복 되던 여름의 기억이 올 여름만은 전혀 다르겠구나 생각한다. 모임 안에서 우리는 서로 마음속으로 품었던 질문을 펼쳐놓았다. 어떤 질문은 끙끙거리며 한참 생각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질문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게 했다.
서로의 질문에 대한 생각들을 이야기했다. 웃음 가득 지으면서 서로의 마음 속 책들을 소개하였다. 그녀들이 보여주는 책을 화면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봤다. 모임이 마무리되면서 우리들 가슴에 담아두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두 가지다.
‘현재에 충실한 삶’
‘자신에 대해 더 들여다보기를 망설이지 않는 것’
여전히 하루가 얼른 지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가 먼 과거가 되어서 ‘그땐 그랬지’라고 회상할 수 있는 미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을 기꺼이 지나야 한다. 견뎌내야 한다는 걸 안다. 모두 흘려보내고 싶어지는 감정을 잠시 달래면서 다시 글을 쓰는 것은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해나가자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