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희 /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한수희 에세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두 번째 길 챕터의 제목처럼, 평범한 오늘의 모습이 찬란해질 수 있는 주문은 하쿠나마타타도, 아브라카다브라도 아니다. "내일도 별일 없기를" 그저 다시 다가올 하루의 안위를 바라는, 그 하루를 기다리는 마음을 소중히 할 수 있는 것에서 오는 힘이 곧 주문이다.
"내가 자라면서 갖게 된 마음속의 스승들도 그런 사람들이었다. 누더기도사 같은 사람들. 어깨에 힘을 뺀 사람들. 욕심과 두려움에 눈멀지 않았던 사람들. 느슨하지만 날카로운 사람들. 가끔은 지질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인간적이던 사람들. 세상의 속도보다 조금 느려서, 때로는 그 속도를 비웃어서 출세와는 거리가 있던 사람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오면 또 겨울이 온다는 사실을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던 사람들. 자연스럽게 살던 사람들. / 나는 그 사람들이 멋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세상은 멋있는 사람을 끝내 내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49p
언젠가 빌려 본 책을 다시 사서 보는 것은 나에게 전혀 아깝지 않은 오히려 귀한 시간을 보태는 것 뿐이다.
어쩌면 내가 처음 읽을 때 옮겨적었을 부분을 또 줄 긋고, '나는 어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 문장을 적었다.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고민이었고 제일 답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질문이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축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한 걸음이 아니라 아예 뜀박질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똑똑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볼 때는 수완이 좋지 않은 나의 모습이 미련스럽게 보인다. 그럼에도 나의 행위를 향한 많은 의미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미련스럽게 이렇게 계속 나가리라 마음먹는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고, 봄이 오면 또 겨울이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잊는가 생각한다. 겨울의 순간에는 한없이 봄을 기다리고 봄의 순간에는 겨울이 늦게오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자연스럽게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이 지금의 나에겐 최선의 위로이자 안식의 말이다.
그리고 이 문장이 포함된 챕터의 말 '내일도 별일 없기를' 이 생각만으로도 하루의 평범함은 찬란함으로 바뀐다.
소예책방의 온라인 독서모임 <우리 각자의 방>은 매일 마중글을 올립니다. (에세이는 이틀에 한 번씩)
오늘 올릴 것을 생각해보다가 여기에도 잠시 끄적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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