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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Apr 30. 2021

세상은 아름답다고

오사다히로시


<심호흡의 필요>을 읽었고,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책을 만났다.


파란빛이 아닌 에메랄드빛의 바다, 민트빛을 닮은 하늘. 정말 어린이들이 표현하는 솜사탕 같은 구름이라는 게 어울리는 뭉게구름. 흔히 만나오던 풍경에서 빛의 각도를 조금 틀어 낸 색깔은 그 자체로 편안함을 다시 이끌어내고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로 이어지는 시들의 모임은 아름다운 것을 이야기하고, 말이 될 수 없지만 가만히 안고 가야 할 감정을 이야기하고, 슬퍼하는 감정과 티끌에 입 맞추라고 이야기하고, 인생이라는 책과 사람을 가슴에 품고 가라고 이야기한다.


봄이 되어 만나, 화사한 꽃과 초록빛으로 물드는 색감의 향연에 취할 때 이 1부의 시들에 스며들듯이 취했다. 그저 세상이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팬데믹 시대, 끊임없이 알리는 메시지 수신의 시대에도 눈을 들어 나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러기에 충분히 아름다운 시들, 시어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점점 시들은 내면의, 소리 나지 않는 침묵하는 언어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의 생각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였다. 나의 수많은 불평들, 한숨들, 기대와 실망, 포기, 두려움. 그 감정과 단어들이 얽히고 얽히다가 동그란 공이 되었고 그 공을 굴려서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차버리려는 나를 발견하였다.


어떤 비유도 필요 없다.

그려지지 않은 색을 보는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음악을 듣는 것이다.

말이 되지 못한 말을 읽는 것이다.

<조용한 하루> 중에서


끊임없이 읽고, 들어야 하고, 귀 기울여야 했던 시간들을 건너서 말도 안 되는 수수께끼 같은 현답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은 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굳이 해석하지 않으려 했고, 그럴수록 더 깊이 단어들은 친근하게 다정함을 표현하며 내 곁에 와 앉았다.


말로 할 수 없는 많은 것들로

이루어진 것이, 사람의

인생이라는 작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나지 않는 공백을 메우고 있는 건,

예를 들면

조용한 여름날의 오후,

햇살 속에 떨어지는 

황금빛 먼지처럼 아름다운 것.

소리 없는 음악처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것.

하지만, 선명하게 감각되는 것.

혹은, 투명한 밤하늘의

안타레스처럼, 분명한 것.

사람의 하루에 필요한 것은,

의의이지

의미가 아니다.

<사람의 하루에 필요한 것> 중에서



박성민 번역가는, 오사다 히로시의 책을 번역한 후 다시 그의 시와 그의 글들을 모아 이 시선집을 냈다. 그를 바라보며 가장 깊이 배운 삶의 지혜는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 '일상愛'에 대한 것이었다. 더욱더 소홀하게 대할수록 자신의 감정이 스러져 갈 것을 아마 박성민 번역가와 오사다 히로시는 알았고 그 마음이 통했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아름답지만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던 너무나 사사로운 많은 것들에 애정을 품는 것.


그것에서 시작되는 많은 이야기들을 독자들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독자인 나 역시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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