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연필로 하는 대화라고.

by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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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 책이 중심인 거실의 연주 서림 수업 공간에서 선생님만의 작은 책 공간을 두었다.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 내가 좋아하는 책이 섞여 있다.

그림책은 표지가 모두 보이게 전면 책장에 두었다. 표지만 모여도 작은 미술관이 따로 없다.

내가 좋아했던 그림책이기에, 이미 다 보았어도 잠시 쉬고 싶을 때 전면 책장 앞에 앉아 책을 뽑아 든다.

늘 '다시' 읽을 때 책의 가치는 더 크게 발견할 수 있는 법이다.

다시 볼 때 그림과 짧은 글들이 고요한 시간에 감정의 파동을 일으킨다.

기꺼이 그 파동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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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전히 책을 읽을 때 노트와 펜이 늘 책 옆에 있다.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할 수만 있다면 시간이 아무리 부족해도 몇 권이든 읽어보리라. 이미 유명한 책은 이상한 반발심이 든다.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고집을 부린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노트는 까만 글씨로 채워진다. '이건 꼭 아이들과 읽어야지!'

이 말을 마음속으로 하게 만드는 책을 많이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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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남짓. 아이들과 내가 함께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아이들은 늘 다른 호기심이 생기곤 한다.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설명에 맞는 또 다른 예시를 찾아내서 맞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몸을 배배 꼬면서 종이에 글을 쓴다. 우리의 시간은 오늘도 잘했다는 내 인사로 마무리된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은 글쓰기나 독서가 모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수학을 잘해야 하고 영어도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면서 단어의 압박감을 느낀다. 지금의 아이들이 많이 보고 배우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잘 할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조금밖에 주어지지 않으니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기발한지 느낄 새가 없다. 아이들의 생각에서 기발한 점들을 찾아낼 때마다 나의 목소리는 한 톤 올라간다. 아이들은 내 눈빛과 목소리에서 자신감을 얻는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글은 훌륭하다. 분명 잘 이해하고 대답도 하는데 글을 쓰자면 종이 위에서 연필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쓰는 글에서도 '정답'같은 것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사실 어린이들이 가장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을 할 때나 티브이를 볼 때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서사를 따라가며 기쁘거나 슬프거나 화가 나는 감정을 느낀다. 글을 쓰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과목들보다 훨씬 내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러니 여전히 글쓰기나 독서는 어린이들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글을 쓰며 어려워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에게 획일화된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글을 쓰라며 질문을 한 사람들은 잘 이해하였는지,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대화가 잘 되어 가는 것인지 아이들의 글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한다. 그렇게 글은 연필로 하는 대화라고 말한다.


나도 지금 깜박이는 커서를 지워가며 말을 건넨다. 쓰는 시간의 외로움도 막막함도 안다. 하지만 글 안에서 내 생각을 적고 내려놓는 순간의 해방감이나 자유로움은 글 쓴 사람만 느낄 수 있다. 글을 쓴 후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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