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기억하는 기쁨.

소예책방을 향한 향수

by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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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엽서를 보자마자, 내가 공들였던 시간들이 휘리릭 머릿속에 슬라이드처럼 지나갔다.


'소예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책을 건넸고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어른이 되어 이제는 배움보다 삶을 책임지고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용기를 내길 바랐다. 양육자로 지내며 아이가 바라보는 어른의 위치에 서 보니 이전보다 나는 내 삶을 더 잘 책임지고 싶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책으로의 길을 아직도 걸어오고 있다.


아이가 자라고 시작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어린 기억 속에 묻힌 조각을 찾아보면, 그때의 나도 이미 책을 좋아했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기도 했다. 왜 잊고 있었을까. 그 마음이 책을 좋아하는 성인 여성으로 분한 나에게는 책을 건네는 손으로 이어지게 했다. 쉽고 빠르게, 훨씬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지만 그저 단단하게 종이와 비닐로 쌓인 책을 받아볼 때마다 책이 숨 막힐 것 같아 꺼내는 손길이 바빠지곤 했다. 그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나의 것을 살 때 엄마들이 느끼는, 알 수 없는 죄책감도 없기를 바랐다. 그래서 어떻게든 예쁘게 책을 감싸서 보내려고 했다. 그 손길을 느껴본 지 오래되었다.


오랜만에 책을 전하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책을 넣을 봉투와 함께 보내면 좋을 엽서를 고르다가 이 그림을 발견했다. 그 시절 만났던 이들과 나누었던 대화, 온기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이미 그 기억을 떠올리며 포장을 하는 내 얼굴은 살짝 홍조를 띠었다.


'안 그래도,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을 중고책으로 한 권만 나의 손편지와 함께 전하고 싶었는데 다시 책을 건네볼까.' 하는 생각이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 연필을 요즘 더 애정하며 사용하고 있어서,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고. 생각으로도 이미 일에 정신을 집중하며 지내느라 잠깐의 어지러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피가 뜨겁게 도는 것 같다. 이런 생각들에, 손이 기억하는 기쁨과 즐거움에 오늘은 피로감에 눈이 무거워도 기분이 좋아 자꾸 실실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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