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조각들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찾았다.
밀몽 - 밀가루의 꿈이라니. 이름이 귀여워서 웃음이 피식 났고, 아담하지만 담요와 귀여운 거울이 있고 얼마 없는 테이블에 오히려 소란스럽지 않을 것이 예상되어서 마음 놓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몽. 꿈 - 꿈이라는 단어에는 아련하게 먼 과거의 순수한 꿈을 꾸던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나를 데려다 놓곤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현재로 넘어와 먼 미래를 향할 때는 묵직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어린 시절의 꿈속에 없었던 일을 할 만큼 나를 놓지 않는 것은 여전히 나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지금의 모든 행위의 법칙 위에 세워 놓은 것은 어린 시절에 꾼 꿈에 있으니.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이것이 또 다른 의미로 숙명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자주 보지 못하는 귀여운 볼록 거울에 대보니 내 표정은 어린 시절의 장난기 가득한 시절을 떠올린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서둘러 나왔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들고 플래그를 붙여 가며 이 시간을 누렸다.
이날 찍은 이 사진을 ai로 동영상 변환을 했더니,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든 생각은 어쩌면 산다는 것이 내가 모르는 수많은 나를 만나는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이 시간만큼은 '독서가'이니 머무르며 책을 읽은 시간의 길이와 애정도는 반비례한다.
이날 읽은 부분 중.
정오. 눈을 감고 거실에 앉아 있다. 아래쪽 젖은 도로 위로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트럭. 비탈진 정원, 흰색 철책, 거리를 그려 본다. 머릿속에 생겨난 문장 하나, <차들이 지나가는 규칙적인 소리, 바닥이 젖어 있어서 바퀴가 멎을 때 좀 더 길게 끼이익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문장을 갖고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세상을 말로 옮겨 놓는 단순한 습관.
아니 에르노 <밖의 삶> 2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