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사로잡힌 인간.
으로 시작하는 말에, 많은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겠지.
그림책. 짧은 이야기 혹은 그림의 언어에 사로잡힐 때가 자주 있다. 혹은 반대로 두껍고 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완벽하게 이해하기도 전에 반해버리는 순간은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때 누군가가 '왜' 그 책이냐고 물을 때 나는 무어라고 대답했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즉흥적으로 책을 고르는 순간이 많은데, 우연히 만났어도 내 손을 닿게 한 것은 책의 부름 때문이라고 늘 생각한다. 그런 이끌림으로 만난 책들은 읽기도 전에 내 마음을 매료시키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힘들 때가 많았다.
매력적인 이끌림이 여러 번 반복되며 조우하게 되는 책을 여전히 좋아하는 내가, 오늘 들인 책은 두 권. (-안노 미쓰마사의 여행그림책과 나라 요시토모의 나라 노트) 모두 중고책이다.
그림 속 수많은 터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안노 미쓰마사의 글 없는 그림책 중 하나인 <여행 그림책 1>이다. 그림이 예뻐서 반하기도 하지만 그림 속 건물의 크기, 위치, 주변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보다 나의 눈길을 먼저 끄는 것은 나무와 풀의 색깔, 사람들의 모습들이었다. 그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나와 인연이 닿지 않는 것은 그저 시간과 장소뿐이라고 감히 쉽게 단언할 수 있을까? 닿아보지 못한 공간과 시간 속의 사람들일지라도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질 테니. 만난 적 없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들의 생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그런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함께 도착한 책은 나라 요시토모의 에세이 <나라 노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들을 좋아해서, 그녀의 글을 닮고 싶어 하기도 한 내가 요시모토 바나나 책들의 국내 판본에 그려진 그림들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림을 들이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꽁한 표정의 아이를 만나면 내 속 마음도 드러나는 것 같아서 피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그림을 그렸던 일러스트레이터 나라 요시토모의 에세이라니. 그림이 아니라 글, 한 사람의 생각들이라니 나도 모르게 이끌려 주문하는 버튼을 눌렀다. 책을 펼치니 완성된 작품이 아닌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연습을 거쳤던 작가의 노트들이 보였다. 작가의 세상이 눈앞에 도착했다. 자신의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낸 작가의 용기에 나는 감탄했다. 그리고 분명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동시에 들었다.
이런 책들의 발견은 곧 읽어야만 하는 책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하게 될 책의 등장이다.
그리고 아이들과 읽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는 <멈출 수 없는 우리 1> - 우리 사람이라는 존재가 왜 멈출 수 없는지 그 시작점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할 수 없어 어찌 보면 가장 연약한 생명체인 인간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하는 서사가 감탄스럽다. 그것은 바로 '상상'을 하는 힘에 있다는 것이다.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의 힘이 지금에까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발달하게 했다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꾸며내는 능력, 상상 속 이야기를 꾸며서 말하는 능력이야. 우리는 전설, 동화, 신화를 지어내고 그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야.
-유발 하라리 <멈출 수 없는 우리 1>
그러니, 지금 이야기의 매력에 사로잡힌 내가 '본능'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 권의 책을 만난 이야기는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에서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능이라는 것일까. 이 본능들이 수많은 것들에 묻혀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책을 읽고, 건네고 싶어 하는 일에서 도망가지 못하는 것은 이런 나의 마음 때문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