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화가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by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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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말테의 수기>로도 우리에게는 익숙한 시인의 또 다른 책입니다.

그런데 책의 판형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것들과는 달라요. '에로시스'라는 독립 출판사에서 낸 책입니다. 우연히 독립서점에서 1권 남았다는 소식을 sns에서 발견하고 얼른 주문을 했답니다.


두꺼운 종이에 멋진 이미지로 표현한 표지가 없어요. 다만 얇은 종이를 집게로 엮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종이를 넘기며 볼 수 없어요. 불편함을 감내하고 보기에 가치가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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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대답은 "네, 가치가 있다마다요."입니다.


'젊은 시인'에게 썼던 편지를 엮었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가 스승인 오귀스트 로댕에게 받은 가르침을 지키며 살았던 신념을 전하고자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 편지들을 쓴 시기가 겨우 그가 스물여섯 살이었습니다. 그가 다른 것들보다 로댕에게 받은 가르침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전념했던 그 시기를 지나 이 책에는 삶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젊은 청년이었던 그가 성장했기 때문이겠죠.


작은 소년 발튀스를 향한 애정이 편지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미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발튀스 / 을유 : 네이버 블로그


발튀스와 어린 고양이 미츄(미츄 : 여기에서는 미쮸라고 적혀 있답니다.)의 그림 앞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서문을 담았던 작은 책을 이전에 소개하였는데, 여기에도 역시 그 서문과 그림들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너무 반가웠답니다. 그리고 발튀스에게 애정을 늘 담아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 편지들이 담겨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책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오귀스트 로댕, 스승에게 남기는 편지들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출판사 에로시스는 서문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발튀스에게 보낸 릴케의 편지들은 로댕과 상반되는 가르침을 전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용기에 관한 것이죠. 젊었을 적 릴케는 로댕이 밤마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용기를 가져라 Bon Courage"라는 인사말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발튀스에게 똑같은 말로 편지에 인사를 합니다. 어린 시절만큼 용기가 절실한 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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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두껍거나 형이상학적인 글들이 아니라, 그저 그의 한 사람에게 전하는 애정과 온기가 전해지는 글들이 있을 뿐입니다.




젊은 화가만이 이 말들을 새겨듣게 될까요? 저는 오히려 지금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마흔이 넘으면, 이제 어느 정도 삶에 통찰을 담은 나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저는 제가 가는 배움의 장소에서 흰머리가 있어도 연필을 꺼내고 안경을 쓰며 단 한 번도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어른들을 만납니다. 매번 시작에 앞서 지금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그분들을 만나는 순간 기우였음을 알아차립니다. 작은 카페에서 편한 이들과 편한 시간을 만나는 이들도 있지만 조용히 책 한 권 꺼내어 돋보기로 변하게 된 안경을 고쳐 쓰며 천천히 손으로 글자를 더듬어 읽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여전히 저도 배우고 깨달을 것이 있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그러니 저는 릴케가 젊은 화가 발튀스에게 주는 온기 가득한 가르침이 담긴 이 책이, 언젠가는 누구든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기에는 좋았던 그의 말(글) 몇 가지만 옮겨 적겠습니다.






난 오히려 인정하는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누군가를 칭찬하며 얻게 되는 기쁜 마음을 억누르는 것보다, 차라리 비난을 숨기는 편이 더 낫다고 봐. 그 기쁨은 칭찬받는 이를 자만케 해서 해를 끼치는 것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훨씬 많이 주니까 말이야.




그렇단다, 발튀스. 시도하고 노력하거라. 우리가 조금만 끈질기다면,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특별하고 진정으로 가치 있는 즐거움을 주지 않는 것은 없단다.




너는 우리를 집어삼키는 이 세상의 어둠에서 새벽의 빛을 보게 될 거란다. 그래, 너는 온 힘을 다해 반드시 그 빛을 보고, 부르며, 준비해야만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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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이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될 때, 저와 같은 마음일까요? 그런 날이 올까요?


이제 곧 설날 연휴입니다. 우리 가족은 조금 이르게 내일 오전에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고향에서는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고 지내다 오게 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며 사고 소식도, 차량의 정체 소식도 듣는 명절이지만 부디 무탈하게 잘 지내고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명절이 지나고 반갑게 다시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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