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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Oct 14. 2019

소예 책방의 1년 후 이야기


경계를 허물고 반복을 뒤엎는 작은 변화를 일상에서 시도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는 그 어떤 혁명보다 더 혁명적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쉽게 믿어지지도, 쉽게 변하지도 않겠지만, 생각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발목을 잡겠지만, 뭐라도 일단 하다 보면 다음 걸음 정도는 내디딜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 이것이 지금 나의 결론이다.
사전을 찾아보다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전적으로 두근거림이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불안과 농담을 말하는데, 우리는 '두근두근'을 기대하는 마음으로도 쓰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라는 이름에는 나의 작은 믿음(바람)이 실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내 <모든 시도는 따듯할 수밖에> 18~19p


소예 책방을 시작하고 1년이 더 지났다. 어떤 기억이든 늘 부족하다고 여기는 부분들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 것처럼 지금도 역시나, 여전히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들이 더 많이 더 또렷하게 재생된다.


소예 책방을 열리라고 (정확히 말하자면 시작하리라고-공간이 없으니깐) 마음먹을 때 내게 가장 큰 용기를 주었던 책을 다시 펼쳐본다. 내가 붙인 수많은 플래그들의 페이지를 눈으로 다시 따라가 본다. 책방 이야기를 담은 책이 아니었지만, 한 사람이 자신이 지내 온 하루하루들 속에서 엮어져 가는 수많은 인연의 고리와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함께'이기를 늘 바라왔고 공간은 없어도 누군가와의 '함께' 지속하는 것을 꿈꾸면서 호기롭게 시작된 소예 책방이었다.


공간 없이 시작하였기에, 아주 부수적이고 결국에는 끝을 이야기하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들 (임대료, 관리비, 공간의 상황들) 이 없으나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책을 건네는 것.

처음에 조금은 색다르다고 사람들은 생각했으리라. '왜' 그렇게 포장을 하고, '왜' 온라인으로 서점(나는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서점과 책방의 차이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으니 자연스럽게 더 많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을 하냐는 의아해하는 시선을 많이 받았다. 혹자는 임대료나 관리비등이 나가지 않으니 부담이 없겠다고도 했지만, 나의 마음과 온 감정들을 고스란히 쏟아부은 시간들이 공간을 오픈하고 닫는 그 시간의 한계 없 덕분에 어딜 가든지 늘 마음을 들이게 되었으니, 사실은 더 어렵더라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 서점이 이미 크게 자리해 있고, 출판계의 유통의 흐름을 살펴보면 작은 책방의 존재 가능성은 늘 희박한 미래만을 확신하게 한다.

그래도 온라인 서점의 그 편리함과 빠름을 넘어선, 조금은 불편함과 느림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맺는 책방이고 싶었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고른 책이 누군가에게 100퍼센트 만족감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들에 대해 갖게 되는 죄책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더 많이 더 열심히 알려야 하는데, 나의 속도가 그것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니.



시를 읽는 즐거움은 오로지 무용하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하루 중 얼마간을 그런 시간으로 할애하면 내 인생은 약간 고귀해진다.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시>
무용한 것에 마음을 쓰는 고귀한 사람들이 어딘가에는 늘 있었다.
이내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132p


1년이 지나고 소예 책방의 존재 유무를 정한다는 생각보다, 소예 책방에서 나눌 수 있게 될 '함께'의 시간들을 계속 궁리해 나간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생각해보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게 여전히 연마 중인 많은 것들. 1년이 지나면 또 어떤 이야기로 이 날을 회상하게 될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무용한 것이 쓸모 있음으로 바뀌게 될 것을, 그리고 무용한 것 자체에 마음 쓰는 이들이 있음을 믿으니깐 포기가 안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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